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김시스터즈 다큐, 불러주면 마을잔치서라도 틀겠다”

등록 2017-01-26 14:12수정 2017-01-26 20:36

‘다방의 푸른 꿈’ 김대현 감독 인터뷰
한국 최초 걸그룹 김시스터즈 다룬 다큐 26일 개봉
고 이난영 딸과 조카로 구성, 미국 ‘설리번쇼’ 22회 출연
멤버 김민자 시사회 참석 “젊은 때 사진 찾아줘 고맙다”
다큐멘터리 <다방의 푸른 꿈>을 만든 김대현 감독.
다큐멘터리 <다방의 푸른 꿈>을 만든 김대현 감독.

‘다방의 푸른 꿈’(1939년)은 김해송이 작곡하고 희대의 가수 이난영이 부른 노래 제목이다. 블루노트의 음계로 만들어진 재즈 곡이다. 작곡가와 가수는 부부였다. 슬하에 딸 셋과 아들 넷을 두었다. 음악이 어우러지는 환경에서 ‘아이돌’처럼 조련받은 아이들은 김시스터즈, 김브라더즈라 이름 붙여져 무대에 섰다. 큰 딸이 활동을 고사하면서 이난영의 동생 이봉룡의 딸 이향을 김시스터즈의 멤버로 받아들였다. 이름은 김민자로 고쳤다. 김시스터즈는 한국전쟁 후 한국에 주둔한 미군 부대 주변의 클럽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이 인기를 바탕으로 영화 <청춘쌍곡선>(1956년)을 찍고 초창기 텔레비전 방송에도 나갔다. 노래에 열광한 팬들의 희망처럼 김시스터즈는 1959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향하고 9월에는 당시 최고의 버라이어티쇼 <에드 설리번쇼>에 출연했다. 김시스터즈는 이 쇼에 22회나 출연했다.

<다방의 푸른 꿈>은 한국 최초의 ‘여성 아이돌 그룹’ 김시스터즈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2015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고, 26일 개봉했다. 개봉을 즈음해 헝가리에서 여전히 재즈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김민자가 남편 토니 비그와 한국을 방문했다. 20일과 25일 특별시사회에서는 ‘목포의 눈물’과 ‘다방의 푸른 꿈’을 들려주는 공연을 했다.

김대현 감독이 김시스터즈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다큐멘터리 <한국번안가요사>를 만들 당시 본 에드 설리번 쇼였다. 1963년 김시스터즈가 ‘마이클 노를 저어라’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여전히 젊은 이난영은 한복을 입고 중간에 ‘아리랑’을 섞어 부른다. “김시스터즈가 인기의 정점에 있을 때의 무대였음에도 슬픔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난영은 이 쇼로부터 2년 뒤 1965년 49살 나이로 한국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계약에 묶여 있던 김시스터즈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멤버들이 결혼을 하면서 활동이 소강기에 접어든 1970년에야 김시스터즈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20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아트하우스모모에서 열린 특별시사회에서 김민자는 “김대현 감독 덕분에 한국에 3번이나 들어오게 되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김 감독은 체코인지 헝가리인지 동유럽에 거주한다는 ‘카더라’만 믿고 대사관을 통해 수소문한 끝에 김민자를 만났다. 김 감독이 찾아갔을 당시 한국말을 거의 잊어버린 김민자는 인터뷰를 하면서 점점 기억을 되살려낸다.

<에드 설리번쇼>에 출연 뒤 이난영과 김시스터즈가 기념 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김숙자, 에드 설리번, 이난영, 김민자, 김애자. 인디라인 제공
<에드 설리번쇼>에 출연 뒤 이난영과 김시스터즈가 기념 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김숙자, 에드 설리번, 이난영, 김민자, 김애자. 인디라인 제공
김민자는 “나도 모르는 젊었을 때의 사진들을 찾아줘서 고맙다”고도 했다. 영화는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전쟁 직후의 대중음악사를 발굴했다. 김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김시스터즈가 미국에서 활동했기에 그나마 자료가 남아 있었다”고 말한다. 다큐멘터리에는 고국 라디오에 보낸 콘서트 광고 육성, 도미 전 공연 사진 등 희귀자료가 포함되었다. 사진은 “아버지가 한국에서 찍은 것이라는 소갯글이 달린 이베이 포스팅에서 찾았다.”

여전히 다큐멘터리가 대작 영화 틈바구니를 파고 드는 일은 요원하다. 다큐멘터리 제작사 인디라인의 대표이기도 한 김 감독은 새로운 다큐멘터리 상영형식을 고민한다. “꼭 다큐멘터리가 극장을 통해 보여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영화를 불러준다면 어디든 달려가겠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다방의 푸른 꿈>에 대한 반응이 특별하다는 것을 시사 때마다 느낀다. 불러주면 마을잔치에서라도 상영을 하겠다.”

글·사진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OTT 불법 스트리밍으로 거액 챙긴 ‘누누티비’ 운영자, 결국 잡혔다 1.

OTT 불법 스트리밍으로 거액 챙긴 ‘누누티비’ 운영자, 결국 잡혔다

[단독] 뉴진스-아일릿 표절 공방…3년 차이로 기획안이 ‘닮았다’ 2.

[단독] 뉴진스-아일릿 표절 공방…3년 차이로 기획안이 ‘닮았다’

김재중X김준수, 16년 만의 ‘동방신기’…가수도 관객도 울었다 3.

김재중X김준수, 16년 만의 ‘동방신기’…가수도 관객도 울었다

“친애하는 한강, 나와주세요”…노벨상 시상식, 한국어로 부른다 4.

“친애하는 한강, 나와주세요”…노벨상 시상식, 한국어로 부른다

물 샐 틈 없이 정교했다…1600년 전 가야인 만든 물길 발견 5.

물 샐 틈 없이 정교했다…1600년 전 가야인 만든 물길 발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