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집 앨범 <디바이디드 바이 제로>를 낸 3호선 버터플라이. 왼쪽부터 김남윤(사운드디자인·베이스), 남상아(보컬·기타), 서현정(드럼). 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3호선 버터플라이가 이륙했다. 밴드는 이름의 숫자 3을 해석하며, 1이 시작 2가 지속이라면 3은 이륙이라고 말했다. 19년차 밴드가 3명이 되어 5집 앨범 <디바이디드 바이 제로>를 냈다. 불가능함을 전제로 한다면 0으로 나누는 것은 모든 수가 공평해지는 순간이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는 순간이다. 5집 앨범에 담긴 곡은 12곡이지만 그곳에서 감지되는 ‘변화’는 무한이다.
일렉트로닉 뮤직이 전면에 내세워졌고 이 음악들에는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인증과도 같았던 우울함이 한치도 없다. 남상아(기타·보컬)는 자신이 만든 노래 ‘풋 유어 니들 온 더 그루브’에서 랩을 한다. 왜 나한테 이런 걸 안 시켰어, 하고 말하는 것 같다. 서현정(드럼)이 만든 ‘센스 트랜스 댄스’에서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모든 소리들이 ‘트랜스’(변조)한다. 선발매곡인 ‘나를 깨우네’는 11분11초에 이르는 완성도 높은 대곡이다. 타이틀곡 ‘엑스라이프’까지 이르면 청자는 자신에게서 땀내를 맡고 있을 것이다. 좋은 앨범 프로듀서로 활동해온 김남윤(사운드디자인·베이스)의 진가가 발휘되어 곡마다 소리의 향연이 빼곡하다.
어쩔 수 없이 큰 변화를 성기완의 탈퇴와 연결할 수밖에 없다. 성기완(기타·보컬)은 그간 3호선 버터플라이 활동과 병행하여 아프리카음악에 심취해 ‘아프로아시안싸운드액트’ 밴드를 조직하고 활동해왔고, 이 활동에 전력하기 위해 밴드를 탈퇴했다. 남상아와 함께 원년 멤버인 성기완이 탈퇴하면서 멤버는 셋으로 단출해졌다. “후벼파는 가사가 그립다.”(현정) “그동안 기완이 형에게 의지했던 부분들을 직접 해야 했다. 처음 하는 일이 많았다.”(남윤)
남상아는 1월22일 쇼케이스에서 “4집 앨범이 나온 지 5년이 되어간다. 이제 앨범 낼 때도 됐더라”고 쿨하게 말했지만 말하지 않은 사연은 절박했다. “못하면 밴드가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이 일에만 매달렸다.”(남윤) 그러니 이번 앨범도 결국 성기완이 만든 앨범인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기완이 형이 자기를 내던지면서 너희가 할 수 있다고 독립을 시켜준 것 같다. 등을 떠밀었기에 나온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형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다음 앨범이 완전한 독립일 것 같다.”
5집 앨범 이미지는 데칼코마니로 만든 나비다. 8종류의 이미지를 바꿔 넣어 커버를 만들 수 있다. 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앨범의 변화는 성기완이 없는 변화와는 또 다르다. “이전 앨범 때부터 다음 앨범에는 색깔을 한번 확 바꿔보자고 말해왔다.”(상아) 변화하고 가장 무서웠던 건 대중의 반응이다. “타이틀곡이 대중적인 느낌이어서 내세웠지만, 옛날 3호선이랑 다르네라고 선입견을 가질까봐 걱정은 많았다. 반응이 나쁘지 않은 걸 보니 변화에 대한 자신감이 붙는 것 같다.”(남윤) “노래는 좋은 곡이냐 아니냐만 있는 거다. 변화는 두 번째 문제인 것 같다.”(상아) “인디음악은 찾아서 듣는 분들이 많아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주실 듯하다.”(현정)
이런 변화의 와중에도 앨범에 대해서는 옛날 사람이다. “얼마 전에야 (요즘에는 겨우) 9곡만으로도 정규앨범을 낼 수 있다는 걸 알고 놀랐다.”(상아) 이번 앨범은 리믹스 곡 하나 없이 12곡이 담겼다.
앨범은 양극단의 감성이 데칼코마니처럼 맞닿는다. 11분11초의 ‘나를 깨우네’의 반대편에 ‘호모 루덴스’는 확 끓어오르는 2분짜리 노래다. 전형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 곡(‘엑스라이프’)이 있는 반면, 입으로 악기를 부는 피지컬한 곡(‘선물’)이 있고 순간을 즐기려는 곡(‘센스 트랜스 댄스’)과 과거를 소환하는 곡(‘봄바람’)이 있다.
앨범의 커버는 데칼코마니로 만들어진 나비 이미지다. 곡들의 배치는 남상아가 했다. “‘나를 깨우네’로 흥겹게 아침을 시작해 하루를 열정적으로 보낸 뒤 저녁에 옛날 생각도 하고 반성하다가 잠든다.”(상아) “잠들면 4집 앨범 <드림토크>를 들으면 되겠다.”(현정) 이륙한 3호선 버터플라이는 성공적으로 ‘비행’하고 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