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름을 내건 9집 앨범을 발표한 박지윤. 박지윤 크리에이티브 제공
25일 오후 서울 압구정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지윤은 혼자 나와 있었다. 카운터로 가 직접 커피를 받아다 주고, 챙겨 온 파운드케이크도 가방에서 꺼내 기자에게 주었다. 홀로 활동하는 뮤지션도 앨범을 내면 할 일이 많아져서 일시적으로 매니저와 일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도 혼자를 고집하는 박지윤에게서 왠지 ‘결기’가 느껴졌다.
그는 일찍이 ‘하늘색 꿈’ ‘성인식’ ‘난 남자야’ 등의 히트곡으로 스타가 되었지만, 자신의 또다른 길을 계속 찾아왔다. 2009년 7집 앨범 <꽃, 다시 첫번째>를 1인 회사 ‘박지윤 크리에이티브’에서 발표했다. 8집 <나무가 되는 꿈>(2012년)은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발표해 국내 활동을 하지 않았다. 2013년 미스틱엔터테인먼트로 들어가 ‘미스터 리’ 등 미니앨범을 냈지만, 다시 1인 회사로 돌아와 2일 9집 앨범 <박지윤9>(parkjiyoon9)을 내놓았다. “1997년에 ‘하늘색 꿈’을 발표했으니까 이제 20년이 되더라고요.” 또다시 ‘자신’을 바라보기 위해서 집중했다는 게 느껴진다.
박지윤은 소속사를 나와 다시 개인 활동을 하게 된 이유를 간단하게 밝혔다. “사실 저한테는 (소속사의 요구대로) 다시 춤을 춘다는 것이 용기도 많이 필요했다. 차트 1위를 하는 게 정말 대단한 일이더라. 그래도 나는 자아도 강한 사람이고, 내 안의 생각과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다시 한번 해보자라고 결심하고 시간이 좀 걸렸지만 9집 앨범을 내게 되었다.”
‘외로워서 쳐다보면 내게 말 걸어줄래요’(‘달이 피는 밤’)라며 외로움도 관조할 줄 알고, ‘햇살이 눈부셨던 그날처럼 우리를 꼭 기억해주세요’라고 지울 수 없는 사랑이 많은 기억도 떠나보낼 줄 아는 35살의 박지윤이 앨범에 있다. 선공개한 ‘겨울이 온다’에서는 서늘한 얼음조각 같은 목소리를 선보이고, 타이틀곡 ‘그러지 마요’에서는 피아노가 잔잔히 쓸쓸한 감정을 받쳐준다. 바이올린, 피아노 같은 클래식 악기가 이런 정서를 자아낸다. “이전에 소녀 같은 감성이었다면 이번에는 좀더 성숙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35살의 나를 비추면서 음악적인 것을 쏟았다.”
색다른 시도도 돋보인다. ‘사랑하고 있어’에서는 정갈한 일렉트릭 사운드를 넣었고,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에는 임헌일의 기타가 긴 여운을 붙들고 리프를 이어간다. ‘다른 사람 사랑할 준비를 해’에서는 곽진언이 합을 맞춰간다. 곽진언의 곡 ‘다른 사람…’과 김정아의 곡 ‘우리의 하루’ 외에 8곡을 모두 박지윤이 만들었다. “요즘 리얼한 악기를 써서 연주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최고의 녹음 시스템에서 좋은 연주자들이 함께해주었다. 같이 한다는 게 행운이었다. 좋은 스피커로 들어주셨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셨으면 좋겠다.”
앨범 공개 뒤 교육방송 <스페이스 공감>에서 8, 9일 공연을 하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녹화하고, 작은 라이브클럽 벨로주에서 17, 18일 발매 공연을 연다. “나갈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이 많지 않더라고요.” 스케줄 매니저 겸 로드 매니저, 홍보이사이자 뮤지션 박지윤이 말한다. 열렬한 대중의 환호를 받아본 그가 ‘선택’한 결과다. “대중을 얻는다는 건 결국 손에 잡히지 않는 허상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비록 작게라도 자신을 단단히 하면 그건 크기가 작을 뿐이지 허상은 아니니까요. 선택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최고를 해야 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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