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스모커스의 드루 태거트(왼쪽)와 앨릭스 폴. 소니뮤직 제공
“평소 회사원처럼 일한다. 그런데 크리스 마틴(콜드플레이 보컬)이 ‘애들 재우고 나서 작업하자’고 하니 어떻게 하나. 할리우드까지 우버를 타고 달려갔다. 여자친구와의 약속도 깨고.” 2인조 이디엠(EDM, electronic dance music) 밴드 ‘체인스모커스’(The Chainsmokers)의 앨릭스 폴은 영국 음악전문지 <롤링스톤스> 인터뷰에서 콜드플레이와 한 협업 뒷이야기를 쏟아냈다. “크리스가 영상통화로 세레나데를 불러주며 여자친구를 달래는 모습도 봤다.”
이렇게 만든 노래 ‘섬싱 저스트 라이크 디스’(Something Just Like This)는 지난 3월 셋째주 빌보드 핫100 차트 10위 안에 진입했다. 폴과 드루 태거트 듀오가 지난해 가을 발표한 ‘클로저’(Closer)와 ‘파리’(Paris)는 여전히 10위권. 이로써 체인스모커스는 콜드플레이도 못 이룬, 한 주에 노래 세 곡이 핫100 차트 10위 안에 드는 기록을 달성했다. 이전까지 이런 기록을 낸 그룹은 1964년 비틀스와 1978년 비지스뿐이다. 지난해 ‘클로저’는 빌보드에서 12주간 1위를 차지했다. 체인스모커스는 올해 그래미어워드의 신인상도 가져갔다.
숨이 차도 계속 추는 춤처럼 이들은 빠른 속도로 새로운 곡을 발표하고 있다. 7일에는 첫번째 정규앨범 <메모리스… 두 낫 오픈>(Memories… Do Not Open)을 전 세계 동시 발매했다. ‘섬싱 저스트 라이크 디스’에서 어린 시절 슈퍼히어로물을 읽으며 상상했던 세상을 노래하는 것처럼, 앨범은 추억과 기억을 가져와 몸을 흔들게 한다. 앨범 발매 소감을 이메일로 물었다. 이메일 인터뷰에는 폴과 태거트가 함께 답했다.
체인스모커스의 새 앨범 <메모리스… 두 낫 오픈>(Memories… Do Not Open).
듀오는 이번 앨범이 “어린 시절 가장 좋아하고 소중하게 여긴 것들을 담아두는 상자” 같다고 말한다. 추억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상징적으로 하나의 장이 끝나고 새로운 장을 시작하는 뜻이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다.” 이들은 2015년 ‘글로벌 개더링’(이디엠 축제)을 통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 기억 역시 추억이 되었다.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공연장으로 딱 들어가는 순간 ‘이거 최고가 되겠는데’라고 생각했다”며 한국 공연을 가장 인상적인 공연 중 하나로 꼽았다.
피비 라이언, 에밀리 워런 등 주로 여성 아티스트가 이들의 음악에 맞춰 노래를 하지만 ‘클로저’에서는 태거트가 직접 노래를 불렀다. 듀오는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인디 듀오 자일로(XYLØ)와 함께 작업한 ‘세팅 파이어스’에서 보듯, ‘새로움’을 위해선 이름 없는 뮤지션과의 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뜨는 밴드들의 음악을 찾아 듣는다. 우리는 단순히 팝송을 이디엠으로 바꿔버리고 싶진 않다. 좋은 인디 곡을 골라서, 쿨한 댄스 사운드를 추가하려고 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다양한 장르’가 특징인 음악이 만들어진 것 같다.” 케이팝도 그의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케이팝을 정말 많이 듣는다. 대단하다. 비전을 공유하는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 하고 싶다. 씨엘도 좋고, 빅뱅도 좋다.”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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