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93년생 동갑내기 아이유-혁오의 ‘찬란한 봄’

등록 2017-04-25 19:16수정 2017-04-25 20:15

올해의 기대작 아이유·혁오 앨범 공개
<팔레트> 아이유가 물감 고르듯 작곡가 선정하고 프로듀싱
<23> 염세적인 청춘을 정통 록 사운드에 녹여내
21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신한카드몰에서 열린 <팔레트> 앨범 음악감상회. 페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21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신한카드몰에서 열린 <팔레트> 앨범 음악감상회. 페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한 명은 스물다섯이라고 하고 한 명은 ‘23’이라 한다. 아이유는 21일 발표한 4집 앨범 <팔레트>의 동명 타이틀곡에서 “아이 라이크 잇, 아임 트웬티파이브”(I like it, I’m 25)라 노래하고 혁오밴드는 24일 첫 정규앨범 <23>을 발표했다. 오혁을 비롯한 혁오밴드의 모든 멤버 임현제(기타), 임동건(베이스), 이인우(드럼)와 아이유는 공히 1993년생이다.

혁오와 아이유 공통점은 또 있다. 아이유와 혁오의 앨범은 올해 가장 중요한 앨범이다. 기대감에서도 그랬고, 앨범을 선보인 뒤에 평가받은 완성도나 대중적인 반응에서도 그렇다. 아이유의 타이틀곡 ‘팔레트’는 8개 음원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고, 앨범 전곡이 ‘팔레트’ 아래로 줄을 섰다. 이런 상황에서 24일 오후 6시 <23>이 발표되자, 더블 타이틀곡 ‘톰보이’(TOMBOY)와 ‘가죽자켓’이 몇몇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했다. 25일 현재 스트리밍 차트 상위권은 마치 날실과 씨실이 엮인 듯 아이유와 혁오의 곡들로 채워졌다.

아이유 정규 4집 앨범 <팔레트>
아이유 정규 4집 앨범 <팔레트>
아이유 “난, 그래 확실히 지금이 좋아요/ 아냐, 아냐 사실은 때려치고 싶어요.” 아이유는 2015년 미니앨범 <챗셔>의 타이틀곡 ‘스물셋’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아이유가 작곡한 ‘팔레트’에서 그는 “이상하게도 요즘엔 그냥 쉬운 게 좋아”라고 말한다. 21일 서울 합정동에서 열린 앨범 발표 음악감상회에서 그는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스물셋이 이것 할래요 저것 할래요, 극과 극의 다른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면, 스물다섯에는 이게 좋고요 저게 좋고요라고 말하는, 뭐가 좋은지는 아는 나이다.”

<팔레트>는 좋아하는 색깔의 물감을 찍듯 아이유가 평소 좋아하는 작곡가를 직접 찾아서 곡을 맡겼다. 신인 시절부터 함께한 작곡가 이종훈, 재즈 색소폰 연주자이자 여러 분야를 오가며 작곡을 하고 있는 손성제, 영화음악감독·기타리스트 이병우, 여성적 내레이션이 돋보이는 곡을 쓰는 선우정아, 슈퍼스타 케이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샘 김 등이 <팔레트>에 담긴 ‘색깔’이다. 작곡가들은 자신이 본 아이유의 모습을 음악으로 그렸다. 이병우는 기타 반주가 두드러지는 비극적 서정을 선사했고(‘그렇게 사랑은’), 선우정아는 자극적인 사랑을 하는 발칙한 여성(‘잼잼’)을, 샘 김은 아픈 이별 앞에서 슬피 우는 여자(‘이런 엔딩’)를, 이종훈은 혼자서 텅 빈 허공을 껴안는 소녀(‘이름에게’)를 보았다. 주어진 곡에 가사를 붙이고, 모든 곡을 배치하고 조율하는 프로듀싱은 아이유가 맡았다.

음악평론가 서정민갑은 “국민 모두가 사생활까지 다 알게 된, 그래서 다음에 무엇을 보여줄지에 대해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톱스타가 심리적 변화와 성장을 음악으로 잘 담아냈다”고 평했다.

24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열린 음악감상회의 혁오 밴드. 두루두루에이엠시 제공
24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열린 음악감상회의 혁오 밴드. 두루두루에이엠시 제공
아이유와 혁오 프로듀서 아이유는 ‘팔레트’에 빅뱅의 지드래곤을 참여시켰고, 선 공개곡인 ‘사랑이 잘’의 피처링에 오혁을 불렀다. “친해서 부탁한 게 아니라, 이종훈 작곡가의 트랙이 와일드하면서도 따뜻해서 오혁이 떠올랐다”고 한다. 권태기 남녀를 대화와 독백으로 들려주는 노래 ‘사랑이 잘’ 작업 과정은 즉흥적이었다. “이 상황에선 뭐라고 할지, 이렇게 말하면 뭐라고 답할지 주고받으며 만들었다. 유난히 골치 아팠지만 즐거웠다.” 원래는 제목이 ‘사랑이 잘 안 돼’였지만 오혁이 ‘안 돼’를 빼자고 해서 그 의견을 받아들였다.

혁오 밴드 첫 정규앨범 <23>
혁오 밴드 첫 정규앨범 <23>
혁오 “제가 네 글자를 좋아해서요.” ‘사랑이 잘 안 돼’에서 ‘안 돼’를 뺀 이유를, 24일 서울 한남동의 한 미술관에서 열린 앨범 음악감상회 겸 기자간담회에서 오혁은 이렇게 말했다. 복잡한 일은 오혁에게 와 단순해지고, 단순한 감정들은 오혁에게 들어와 복잡하게 소용돌이치는 듯하다.

혁오는 <23> 앨범이 “이전에 해오던 주제를 정규앨범으로 (만들어) 음악적 마침표를 찍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2013년과 2015년 낸 미니앨범엔 <20>과 <22>란 제목이 붙었다. 둘 다 혁오밴드 멤버의 나이다. 하루살이가 ‘위잉위잉’ 비웃는 듯한 자괴감(‘위잉위잉’)과, 온다 기대하다가도 금방 떠날 걸 아는 허무감(‘와리가리’)이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였다. 그걸 오혁은 “공허함과 염세적”이라고 했다. 이번 앨범은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 찬란한 빛에 눈이 멀어 꺼져가는데”(톰보이), “어제의 후회는 다 잊었다 오늘의 일도 다 잊었다”(완리만리)고 말하거나 아예 “날 떠날 사람은 얼른들 줄을 서요”(‘다이 얼론’)라고 위악을 부린다. 아이유의 앨범에 선후배가 있고 거기서 과거와 미래가 만난다면, 혁오의 앨범에는 친구와 시대가 있다. ‘다이 얼론’은 “관계 속에서 허무함을 느낄 때 썼”고 ‘사이먼’에서는 친구들이 세상을 떠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음악을 만들며 느꼈다는 분노와 반항적인 감정도 그대로 표출된다.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멜로딕한 <22>와 달리 <23>은 혁오가 록밴드임을 분명하게 웅변한다. 베이스·기타·드럼 소리는 무대 위의 재현을 일차로 염두에 두었다. 밴드가 <무한도전>에 출연하고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이들은 대중성이 뭔지 모르겠단다. “대중적이라고 만들었는데 레이어를 얹을수록 대중성과는 멀어졌고 지금은 그게 걱정”이다. 평론가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음악적인 야심이 느껴지”(김윤하 음악평론가)는 “올해 나온 앨범 중 손꼽힐 만하다”(서정민갑 평론가)고 평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한드에 일본 배우, 일드엔 한국 배우…흐려지는 ‘드라마 국경’ 1.

한드에 일본 배우, 일드엔 한국 배우…흐려지는 ‘드라마 국경’

추위에 쫓겨 닿은 땅…한국인은 기후난민이었다 [책&생각] 2.

추위에 쫓겨 닿은 땅…한국인은 기후난민이었다 [책&생각]

‘에미상’ 18개 부문 휩쓴 일본 배경 미드 ‘쇼군’ 3.

‘에미상’ 18개 부문 휩쓴 일본 배경 미드 ‘쇼군’

현금다발 든 돼지저금통 놓고 운동회?…‘오징어게임2’ 예고편 4.

현금다발 든 돼지저금통 놓고 운동회?…‘오징어게임2’ 예고편

[영상] 무심한 듯 일어나 ‘삐끼삐끼’…삐걱대는 너만 몰라 5.

[영상] 무심한 듯 일어나 ‘삐끼삐끼’…삐걱대는 너만 몰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