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겹으로 쌓인 디테일, 언니네 6집의 비밀

등록 2017-06-04 15:17수정 2017-06-07 18:25

9년 만의 신작 언니네 이발관 6집 <홀로 있는 사람들>… 23년 밴드의 여정을 마무리 짓는 앨범
언니네 이발관의 6집 <홀로 있는 사람들> 피지컬 앨범에는 밴드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실렸다. 왼쪽부터 이능룡, 이석원, 전대정. 블루보이 제공
언니네 이발관의 6집 <홀로 있는 사람들> 피지컬 앨범에는 밴드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실렸다. 왼쪽부터 이능룡, 이석원, 전대정. 블루보이 제공

긴긴 기다림 앞에 드디어 던져졌다. 2015년 2월 멤버 전대정이 올린 ‘6집 앨범 작업 스케치 1탄’ 동영상의 마지막 말은 “앨범 나올 수 있을까요”였다. 같은 해 “6집과 7집을 동시에 낸다”는 공지를 띄웠지만, 그해가 가기 전에 싱글 두 곡이 담긴 <혼자 추는 춤>이 ‘이러다 앨범을 못 볼 것 같은 두려움’을 걷으며 등장했다. 지난 3월31일에는 팬이 트위터에 ‘언니네 이발관 6집 나왔니?’(@sister_s_6th ?) 계정을 개설해 디데이를 기다리는 트위트를 매일 올렸다. 발매일이 6월1일로 공지된 뒤 기다림은 절정에 이르렀다. 발매 일주일 전 예약판매를 시작한 초판 한정 스페셜 에디션 5천장이 5일 만에 모두 소진되었다. 예스24·알라딘 등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서는 아이돌 음반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일반 판매를 시작하자 하루 2500장의 주문이 밀려들었다. 5집 나온 지 9년 만에, 2010년 이석원한테서 앨범 준비를 한다는 메시지가 도착한 지 7년 만에 언니네 이발관의 6집 <홀로 있는 사람들>이 도착했다. 1994년 데뷔한 것으로 기록된 23년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 공식적인 마지막 앨범이기도 하다.

앨범은 실물로 등장하기까지 멤버들(기타·보컬 이석원, 기타 이능룡, 드럼 전대정)의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오랜 진통을 겪었다. 트랙리스트를 마련하고 녹음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 곡의 피처링으로 가수 아이유를 섭외해놓고 1년 동안 기다리게 했다. 마스터링을 하는 데 보통 반나절이면 충분한데, 2차에 나눠서 이틀씩 했다. 마스터링을 담당한 아스트로비츠가 먼저 제안을 했다. 아날로그 릴 테이프로 기본 마스터링을 했고, 결과에 따라서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번갈아가면서 최종본을 만들었다. 음원 파일을 시디 생산 공장에 시디 프레스용 마스터시디로 보낸 후 샘플을 받아 모니터를 한 결과, 미세한 음원 손실이 감지돼 데이터 파일 형식의 디디피(DDP. 디스크 디스크립션 프로토콜)로 다시 보내는 등 음질에 신경을 썼다. 수록곡 ‘누구나 아는 비밀’은 음원 사이트에 제공되는 버전과 시디에 담긴 버전이 다르다. 소속사 블루보이에서는 “녹음을 여러 번 해서 마스터링본을 골라야 했다. 어떤 건 시디에서 들을 때 좋고 어떤 건 컴퓨터로 들을 때 좋아서 다르게 나가자는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짧고 간결한 곡 위주로” 앨범을 채우려고 했다는 의도(이석원의 6집 소개글)는 애초 곡이 길어지면서 빗나갔다. 5집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콘셉트 앨범’을 지향했다고 밝혔는데, 6집이야말로 거대한 계획 속에 배치된 느낌이다. 가령 마지막 곡 ‘혼자 추는 춤’ 가사에 ‘세월’이라는 단어를 넣어 다섯 번째 곡 ‘애도’의 주제와 긴밀하게 연결되게 만든 것처럼 말이다. 2001년 5월 첫 글이 올라온 언니네 이발관 블로그의 제목 ‘셰이크 유어 보디 무브 유어 보디’(http://www.shakeyourbodymoveyourbody.com)는 6집 앨범의 타이틀곡 제목이 되었다(‘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 1번 트랙). 소개글에서 이석원은 이 곡을 “팀이 걸어온 23년을 관통하는 주제가”라고 했다. “난 항상 이 세상을 알고 싶어 애를 써왔네… 그게 나 나야 이것밖엔 할 수 없는걸”(1번)의 체념과 자기반성은, ‘창밖엔 태양이 빛나고’(2번)에서 “너도 나처럼 외로웠었냐”고 물으며 다독거림으로 이어진다. 앨범은 곡들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인식의 확장과 존재의 확장을 해나간다. 결국 마지막 두 트랙 ‘홀로 있는 사람들’과 ‘혼자 추는 춤’은 ‘혼자’라는 말이 명시적으로 등장하지만, 이별을 겪고 관계를 확인하고 단단해진 ‘혼자’를 발견하는 모양새다. 노래들은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들을수록 감칠맛을 더해간다. 마스터링을 담당한 아스트로비츠는 “세계관과 아름다운 감성이 왜곡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예민하게 쌓아올린 디테일이 많아서 여러 번 들을수록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겹의 의미 역시 여러 번 감상을 통해서 재발견될 것이다. 어쩌면 듣는 이가 의미를 완결하는 데는 음반을 준비한 시간만큼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음악평론가 서정민갑은 “공들인 소박함”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라고 했다. 그는 “6집 앨범으로 이석원식 비극적 세계관이 완성되었다. 1990년대 인디신 모던록 태동의 산증인이 지금까지도 이런 퀄리티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음악평론가 김학선은 “우아하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쓰면서 “마지막 앨범이 아니라고 번복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팬들도 이들의 ‘이별 통첩’ 앞에 “누가 하드를 해킹해서 쌓인 곡들을 풀어달라”, “라이브 앨범이라도 만들어달라”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한드에 일본 배우, 일드엔 한국 배우…흐려지는 ‘드라마 국경’ 1.

한드에 일본 배우, 일드엔 한국 배우…흐려지는 ‘드라마 국경’

추위에 쫓겨 닿은 땅…한국인은 기후난민이었다 [책&생각] 2.

추위에 쫓겨 닿은 땅…한국인은 기후난민이었다 [책&생각]

‘에미상’ 18개 부문 휩쓴 일본 배경 미드 ‘쇼군’ 3.

‘에미상’ 18개 부문 휩쓴 일본 배경 미드 ‘쇼군’

현금다발 든 돼지저금통 놓고 운동회?…‘오징어게임2’ 예고편 4.

현금다발 든 돼지저금통 놓고 운동회?…‘오징어게임2’ 예고편

[영상] 무심한 듯 일어나 ‘삐끼삐끼’…삐걱대는 너만 몰라 5.

[영상] 무심한 듯 일어나 ‘삐끼삐끼’…삐걱대는 너만 몰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