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유행인가 보다.
국내 굴지의 한 음원 사이트에서는 일주일 전 신곡을 발표한 신인 인디밴드의 음원 댓글로 이런 게 붙었다. “노래 좋네요. 다 좋은데 노래실력을 약간만 더 늘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노래 좋긴 좋아요~. 저희 ○○○○ △△△도 한번 들어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중독성 진짜 대박이라 듣고 나면 제가 고마우실 듯해요.” 인기 아이돌그룹의 팬이 올린 글이다.
다른 인디밴드 음원의 댓글에는 이런 얘기도 있었다. “앨범 커버 완전 ○○○ 따라했네. 그리고 노래 잘 들었습니다. 제가 듣기에는 별로네요. 이런 노래 듣지 마시고 저희 ○○ 오빠들 노래 들어주세요. 스밍(스트리밍) 해주시면 저희 오빠들 순위 유지에 도움이 된답니다. △△ 스밍 부탁해요! 감사합니다:)”
댓글을 단 이들은 추천하는 곡의 링크를 달아서 바로 ‘스밍’할 수 있도록 배려해놓았다. 이 글을 캡처해 소개한 소속사 대표의 페이스북 글에 ‘페친’들은 “지능형 안티”일 거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하지만 볼수록 이들은 진심인 것 같다. 이미 사례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 싸이퍼 봤는데 *못하던데 △△한테 쫌 배우세요.” “언니 요즘 더 예뻐지신 것 같아요. 제가 알던 언니가 아닌 것 같아. 글구 노래는 좋은데 억지로 흥겨운 척하는 비트가 좀 눈살 찌푸려지네요. ○○ 오빠들 △△은 얼터너티브한 곡이며 작곡 작사 △△, △△ 오빠가 했어요. 들어보시고 귀 정화시키세요.” 어떤 건 ‘아무 말 대잔치’다. “완전 판박이네요. 진짜 가수생활 하지 마라. 염치도 없나. 저희 ○○ 오빠들도 예전에 △△이랑 표절 논란 있었는데 사과 안 하더라구요.” 그냥 “ㅋㅋㅋ” “감사합니다” 같은 짧은 코멘트만 남기고 아이돌그룹 음원의 링크를 달아놓기도 한다.
한 번이라도 대중에게 노출될 기회를 얻기 위해 목마른 인디밴드와 뮤지션에게 ‘새로 나온 앨범’에 곡이 오르는 기회는 절체절명이다. 그런 데까지 굳이 찾아와서 ‘소셜’ 영향력이 세계적이고 음원 발표 뒤 1위 하고 상위권에 여전히 랭크된 아이돌그룹의 음원을 추천할 필요가 있을까. 사랑이 지나치면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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