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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미안하지만, 비밀은 없어요

등록 2017-07-13 15:36수정 2017-07-16 16:56

3년 만에 돌아온 미미 시스터즈
비밀주의 타파한 ‘미안하지만 미친 건 아니에요’
싱글앨범 ‘주름 파티’ 나란히 내놔
6일 미디어카페 후에서 만난 미미시스터즈. 선글라스를 쓰자 몇몇이 다가와 사인을 요청했다. 사진 조소영 피디
6일 미디어카페 후에서 만난 미미시스터즈. 선글라스를 쓰자 몇몇이 다가와 사인을 요청했다. 사진 조소영 피디
큰미미는 직장이 드러나는 에코백을 들고 있었고, 작은미미의 장딴지에는 지금 그가 사는 곳을 알려주는 모기자국이 확연했다. 미미는 다른 미미가 멀리서 다가오자 큰소리로 본명을 불렀다. 여전히 미미시스터즈는 본명도 나이도 안 밝히지만 그들을 잘 아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큰미미와 작은미미가 함께 ‘미미의 생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책 <미안하지만 미친 건 아니에요>(달 펴냄)도 출간된 터다. 책과 함께 싱글 ‘주름파티’도 발매했다. 그들의 ‘저렴한 비밀주의’는 어떻게 된 걸까. 6일 오후 선글라스를 낀 미미들을 앞에 두고 질문을 던지자 “나이와 이름이 그렇게 중요한가요?”란 답이 돌아왔다.

앨범도 내고 책도 내봤는데 둘 중 어떤 게 어렵냐고 물어보았다. “책하고 앨범 중 이번처럼 둘 다 함께 하는 게 제일 어렵다. 책 쓰면서 주제곡을 만들자고 한 건데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큰미미) “3년 동안 노래를 하지 않았다. 책만 나오면 얘네는 이제 노래 안 하나 할까 봐, 그렇지는 않다는 걸 보여주려고.”(작은미미) “우리가 번거로운 것을 자청하는 게 취미라.”(큰미미)

과연 미미시스터즈는 탄생 때부터 번거로움을 자청했다. 비밀주의가 그 첫번째였다. 2009년 장기하와 얼굴들의 뒤에 선 그녀들은 올림머리에 붉은 립스틱을 칠하고 복고풍 의상을 차려입은 채 선글라스로 얼굴을 반쯤 가렸다. 미미들의 내키면 추는 춤, 물어도 답하지 않는 입술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2011년에는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독립해 1집 앨범 <미안하지만… 이건 전설이 될 거야>를 냈다. 김창완 밴드와 크라잉넛, 서울전자음악단, 로다운30 등 거물들이 참여한 앨범이었다. 입에 달린 족쇄는 풀렸지만, 음악을 하는 건 높은 벽이었다. 그런데 2집 <어머, 사람 잘못 보셨어요>(2014년)부터 달라졌다. ‘번거로움 자청’ 버릇 덕분이었다. 10곡 모두를 작사했고, 두 곡을 빼고 모두 작곡도 했다. 번거로움을 찾아다니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 엉겁결에 만들어져 ‘시스터즈’를 달게 된 그들이 시스터즈의 원조를 찾아나선 것이다. 음악극 <시스터즈를 찾아서>(2013년)를 올리고, 2015년 김시스터즈의 ‘민자 언니’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바버렛츠와 함께 부랴부랴 헌정공연 ‘기쁘다, 민자 언니 오셨네’를 준비했다. 걸그룹 붐의 한켠 ‘시스터즈 재조명’ 행사들에는 그들의 노력이 있었다.

“글은 정말 선글라스 벗는 것보다 노출이 많다.”(작은미미) 책에는 미미로 지낸 과거와 함께 개인사도 드러난다. ‘○○’과 ‘△△△’이라는 아이디가 미미의 시작이며, 이 이름 지어준 이가 작은미미의 남편이 되었고, 작은미미가 결혼을 하고 △○를 낳았다는 것까지 나온다. 작은미미는 지금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유추해보면 나이도 다 알걸요.”(큰미미)

“예전에는 그 콘셉트에 짓눌린 것 같다. 현명하지 못했다. 지금은 비밀주의를 내세우는 거지 비밀로 지키려는 것은 없다.”(큰미미) 노래에 대한 생각도 여유로워졌다. “음치 소프라노가 나오는 영화 <플로렌스> 마지막에 이런 말이 있다. ‘나한테 노래를 못한다고는 할 수 있어도 안 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음악으로 시작한 사람들이 아니어서 열등감이 있었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부분을 찾아가면 미미의 음악은 완성되는 것이다.”(큰미미·작은미미)

‘주름 파티’는 여유로워진 미미들의 다짐을 담은 곡이다. 늙어도 여전히 놀 건데, 나랑 놀자고 속삭인다. 노래 속 “하루하루 우리는 늙어가네 어제보다 하루 더 늙어가네”라는 소절을 부르는 이들의 목소리가 평화롭기 그지없다. “재밌게 놀면 주름도 안 생긴다.”(큰미미) “맛있으면 0칼로리이듯이.”(작은미미)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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