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의 ‘2017~2018 레퍼토리 시즌’이 9월6일부터 내년 7월8일까지 이어진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17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을 서양 음악 중심의 극장에서 관객이 한국의 미를 만나고, 지방 무대와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며, 국립극장 전속 3개 단체(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신작 20편, 레퍼토리 10편, 상설 14편 등 44편의 공연일정을 소개했다.
이번 시즌 개막작은 9월21~24일 해오름극장에 처음 오르는 국립무용단의 <춘상>이다. <묵향>, <향연>을 연출한 정구호의 새 작품으로 ‘춘향가’를 새롭게 구성했다. 김성덕 국립무용단장은 “국립무용단이 미니스커트 입은 게 가능한가를 실험한다. 춘향이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춤을 추고 티셔츠를 입은 단원들이 군무를 추게 된다”며 소개했다. 내년 5월10일에는 현대무용가 신창호와 협업으로 <맨 메이드>가 초연된다. 신창호의 굵직한 움직임이 어떻게 우리 무용의 섬세함으로 표현될지가 관심사다.
국립창극단은 차범석의 <산불>을 10월25일 해오름극장에 올린다. 연출가 이성열과 작곡가 장영규가 한국 희곡의 걸작을 재해석한다. 장영규가 창극에 첫 출사표를 던지는 것으로, 절정부의 산불이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된다. 한국 최초 여성 명창의 삶을 그린 <진채선>(가제)은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의 신작이다. 런던 브라이턴 페스티벌 등에 초대되는 <트로이의 여인들>, ‘출생의 비밀’ 등을 등장시켜 고전극을 비튼 고선웅의 <흥보씨> 등 인기 레퍼토리도 업그레이드되어 공연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클래식 지휘자 임헌정과 국악 작곡가 박범훈을 주제로 한 연주 기획을 짰다. 임헌정은 ‘2017 마스터피스’로, 박범훈은 ‘베스트콜렉션’ 연주회로 기억된다. 판소리 다섯 바탕을 재해석한 ‘다섯 판소리’와 교육과 결합한 어린이 음악회 ‘엔통이의 동요나라’ 등을 선보인다.
해오름극장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는 내년 1월부터는 예술의 전당·엘지아트센터·명동예술극장을 대관하거나, 강릉·대전 등으로 무대를 옮겨 공연이 이루어진다. 국립극장은 소극장으로 옮길 공연을 위해 ‘소극장 창극운동’과 ‘실내악 음악회’를 적극 전개한다. 소극장에서 이루어질 ‘신창극 시리즈’에는 내년 2월2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이자람의 극을 시작으로 김태형·전인철·박지혜 등 젊은 예술가들이 참여한다. ‘모던 국악 기행’은 지역별 음악을 소재로 가져온 실내악 음악회다.
22개월 계획인 리모델링 공사의 핵심은 일제 잔재를 걷어내는 것이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44년 전 건축 당시 일본의 영향을 받아 23미터 길이의 가부키 무대가 만들어졌다. 새로 리모델링 뒤에는 한국적인 극에 어울리는 무대 양식으로 제 모습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스펙터클한 무대 연출을 위해 무대 길이를 줄이고, 객석의 기울기를 상향 조정하고 건축음향을 새로 설계해 시각·음향 사각지대를 없앨 예정이다.
40%까지 할인되는 시즌 패키지 티켓 판매는 18일 시작된다. 국립극장 쪽은 시즌제의 성공을 좌우하는 티켓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런던 왕복항공권과 티켓 등 경품도 내걸었다. 예매 및 문의 02)2280-4114, www.ntok.go.kr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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