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 은퇴’ 11년만에 칠순 나이로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가수 나훈아. 예소리 제공
나훈아(본명 최홍기·70)가 새 꿈을 꾸었다. 17일 11년 만에 내놓은 새 앨범의 제목은 <드림 어게인>이다. 단순한 리듬을 짚는 피아노 곡 프롤로그 ‘꿈’은 다시 샘솟는 꿈을 하나하나 잡는 듯하다. 나훈아는 지난 11일 앨범 발매를 알리며 “갑자기 관객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워졌고 마이크 잡기가 힘들”어서 노래 부르는 것을 그쳤다고 했다. 그 뒤 “가수는 꿈을 파는 사람인데 꿈이 고갈되어가는 것을 느끼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꿈을 찾아” 세상 여기저기를 다녔다고 전했다.
타이틀곡 ‘남자의 인생’에서는 “광화문 사거리서 봉천동까지” “홍대에서 버스 타고 쌍문동까지” 두 번 전철을 갈아타거나, 버스를 타고 39개의 정거장을 가는 아버지 혹은 남편이란 이름의 남자에 대해서 노래한다. 노래는 가끔씩 가슴 뛰는 ‘남자의 인생’을 말해주듯 간주에서 빠른 박자를 들려준다. 그는 노래에 대한 꿈을 “소박하고 가난한 나라들”의 뒷골목에서 얻었다고 한다.
‘경상도 남자’의 인생에 ‘사랑’이 없을 수 없다. ‘몰라’는 신나는 일렉트로닉 음악 속에서 갈림길의 사랑을 들려주고, ‘당신아’ ‘죽는 시늉’은 히트곡 ‘사랑’을 연상시키는 잔잔하면서 애절한 곡이다. ‘아니라예’는 옛날의 수줍은 부산 아가씨를 탱고 리듬 속에서 그린다. 유달리 빠른 박자에 특유의 꺾임이 곁들여진 ‘모래시계’는 무심한 세월을 노래한 곡이다. 이번 앨범의 7곡을 모두 나훈아가 작사·작곡했다.
올해 서울을 비롯한 경상도 일대에서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11월3일부터 3일간 서울 올림픽홀에서, 24일부터 3일간은 부산 벡스코에서, 12월15일부터 3일간은 대구 엑스코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티켓 예매는 9월5일 시작한다. 그동안 오프라인을 통해서만 신곡을 발표했던 나훈아는 이번에는 음원 사이트를 통해서도 곡을 선보였다. 소속사 예소리에서는 나훈아가 “죽기 전에 죽을 만큼 꿈을 피우겠네!”라고 다시 음악 인생을 시작하는 각오를 밝혔다고 전했다.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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