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공연을 하고 있는 75A의 오요. 영기획 제공
<75에이(A)>? 이 이름은 듣는 순간 떠올려지는 그 의미가 맞다. 아예, 오요의 일인밴드 프로젝트 ‘75에이’의 동명 오프라인 앨범은 브래지어 차림의 75명 여성을 찍은 사진집이다. 다운로드 코드를 담은 오프라인 앨범은 지난해 11월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돼 발매되었는데, 쉽게 듣고 싶다는 요청에 지난 5일부터는 음원사이트에서도 제공되기 시작했다. 이달 초 오요를 만나 프로젝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오요는 이 앨범이 변화의 ‘과정’을 담은 앨범이라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사건은 지난해 5월의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이다. “사실 팀 이름은 시시껄렁한, 지금 보면 여혐(여성혐오)적인 농담을 하다 나온 거였다.” 내세운 의미는 “75에이여도 행복하다”였다. 2011년 ‘창녀처럼 입어도 강간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잡년행진’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그는 “입고 싶은 옷을 마음대로 입고 돌아다닌다”에 더 끌렸다. “명예남성이었던 거다.”
“여성이라는 사실을 좋아하지 않았다. 여성의 특성이라고 일컬어지는 속성들, (여성은) 수다스럽고 의존적이고 사치스럽다는 인식을 알게 모르게 내면화하고 있어서 스스로를 긍정하지 못한 것 같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시위에 나가고 글을 읽고 여성적인 경험을 발언하면서 과거 ‘명예남성’으로서의 기록이 오요를 괴롭혔다. “팀 이름을 그대로 갖고 가야 되냐는 고민도 했다.” 고민은 곧, 과거의 자신까지 싸안은 채 “여성의 몸을 긍정하고 여성으로서 노래하겠다”는 각오로 바뀌었다.
사진집엔 사진가 박의령이 브래지어를 입은 다양한 여성을 담았다. 박의령은 “누군가를 위해 포즈를 짓지 않고, 예술일까 외설일까 논란이 필요 없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설명한다. 흰 브래지어를 한 누군가는 수줍어하고, 레이스 브래지어를 한 누군가의 입가에는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심각하거나, 딴 생각을 하거나, 야한 자세를 흉내내고, 바닥에 드러눕기도 한다. 나이, 직업, 출신 그리고 ‘사이즈’가 다양한 여성들이 카메라 앞에서 스스로 취한 자세다.
사집집 형태로 발간된 <75A> 표지. 영기획 제공
<75에이> 노래 대부분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전에 만들어졌다. 노래를 만들 때 오요가 한 일은 “캐릭터를 설정해 그 사람이 되어본다는 것”이었다. ‘긴바쿠’는 화가 난 여성이었고, ‘패러웰 라인’은 사랑에 빠진 여자다. ‘페이크 다이아몬드’에서는 여신이 되어 보았다. 사진집처럼 여성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것이다. ‘만 레이 시스템’은 사진가 만 레이의 유명한 ‘앵그로의 바이올린’을 보면서 바이올린에 대한 가사를 썼다. 음반 프로듀서 그레이가 보낸 비트에 음을 짜넣고,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부르면서 그가 가장 중요시한 것은 ‘연기’다. “나는 음악이 예술이기 때문에 최대한 꾸며서 발음하고 사운드에 맞게 연기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한다.”
일본의 음악 리뷰 사이트인 미키는 앨범을 “칠웨이브·앰비언트·아르앤비의 음악에 부유하는 듯한 오요의 목소리”라고 평하면서 ‘세계가 함께 진행하는 시대에 아시아 로컬신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 10선’에 올리기도 했다.
<75에이>가 음원 사이트를 통해서 제공된 뒤 그는 “안 들어요, 극혐이다” 같은 댓글들과 마주했다. “그러고 나니 이름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음원차트의) 톱100이 음악의 다인 한국에서 사람들은 들어보지도 않고 판단을 한다. 그런 편견을 드러내 보인 듯하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 영기획 인터뷰 영상 https://youtu.be/4246uufXsuQ
▶ 사진집 기록 영상 https://youtu.be/frZfUEg8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