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두터운 철문 지나 7개 관문 통과…“열려라 보물 창고”

등록 2018-07-17 18:31수정 2018-07-17 20:59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첫 공개

카드·열쇠·지문 동원 출입통제 철저
20cm 철문 지나 덧신 신고 복도 이동

도자기·토기 7만3천점 보관 3수장고
습기에 강한 나무로 짠 바닥·수납장

종이 바스라질라…금속류 녹슬라
수장고 맞춤형 첨단 방온방습시설

CT로 내부 투사…불상 과학적 보존
수장고 80% 채워 내년에 확장 계획
국립중앙박물관이 서울 용산구의 수장고를 공개한 17일 오전 제3수장고에 있는 유물. 수납장 유리창에 유물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직원의 모습이 보인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국립중앙박물관이 서울 용산구의 수장고를 공개한 17일 오전 제3수장고에 있는 유물. 수납장 유리창에 유물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직원의 모습이 보인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자 이제 들어갑니다. ”

직원의 안내에 이어 두께 20cm를 넘는 철문이 열렸다. 천장이 6m를 넘고 길이가 140여m에 달하는 복도가 나타났다. 위압적인 분위기의 복도 양쪽벽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들이 모인 수장고 철문들이 번호를 붙인 채 도열해 있었다.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국립중앙박물관 본관 1층의 3수장고 내부는 취재진으로 북적거렸다. 이날 박물관은 2005년 개관 뒤 처음으로 ‘심장부’인 수장고 공간 일부를 여러 언론사에 공개했다. 기자들은 직원들이 입구에서 나눠주는 덧신을 신고 수장고로 들어갔다.

모든 수장고는 전실과 유물 보관실로 나뉘어 있다. 우선 눈에 띈 것은 철저한 출입 통제 시스템이었다. 수장고 복도의 정문격인 철문부터 40여m 떨어진 3수장고 전실까지 오는데 전산카드와 수동열쇠를 함께 쓰는 보안장치 7개를 풀어야했다. 마지막 방인 수장고 보관실도 전담 직원들의 지문을 확인하고서야 열렸다.

3수장고는 도자기와 일부 토기류의 보금자리다. 모두 218개의 나무 수납장에 7만3천여점의 작품이 보관돼 있다. 나무장이 열지어 들어선 보관실에 들어서자 코로 들어오는 공기의 느낌이 달라졌다. 박진우 유물관리부장은 “공기도 4중으로 걸러져 나온다. 집보다 공기가 좋다”고 웃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보관실 바닥은 너도밤나무입니다. 수납장의 뼈대는 미송, 판재는 오동나무로 만들었어요. 습기를 견디고 벌레가 잘 안먹는 재질이죠. 금속못도 안 쓰고 전통가구 결구방식으로 짰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직원들이 17일 오전 박물관 보존과학부 보존실에서 컴퓨터단층촬영으로 ‘협저관세음보살좌상’의 제작기법을 확인하고 있다.  맨 오른쪽 모니터에 좌상을 촬영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국립중앙박물관 직원들이 17일 오전 박물관 보존과학부 보존실에서 컴퓨터단층촬영으로 ‘협저관세음보살좌상’의 제작기법을 확인하고 있다. 맨 오른쪽 모니터에 좌상을 촬영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수납장들엔 국내 도자기 명품들이 모여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있던 각종 고대 토기와 소변보는 호랑이 모양 용기인 호자, 조선 사대부집에서 쓰던 제기와 무덤에 넣던 작은 명기, 근대 채색접시, 도자편들을 포장한 상자 등이 줄줄이 놓여있었다. 수납장 사이 통로들을 지나가며 양쪽을 보면 도자기 역사를 훑는 기분이 든다.

방온·방습은 각 수장고 특성에 맞춰 온도는 16~24℃, 습도는 50~60%선에서 유지한다. 3수장고의 습도는 50% 안팎, 종이류 수장고는 60%, 금속류 수장고는 40%로 맞춘다. “습도가 너무 낮으면 종이가 바스러지기 쉽고 반대로 습도가 높으면 금속류는 녹이 쉽게 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물관 전체 소장품은 41만여점. 개관 이후 13년 동안에도 막대한 양의 추가 유물들이 들어왔다. 현재 수장고의 80%가량이 차서, 박물관은 내년에 수장공간을 넓히는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뒤이어 들른 보존과학실에서는 독일제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 `모듈러‘가 시선을 모았다. 기기가 고려불상을 여러 방향에서 투사하고 직원들이 연결된 모니터에서 투사된 불상 내부를 분석하고 있었다. 지난해 17억원을 들여 구입한 ‘모듈러’는 병원에서 인체를 찍는 컴퓨터촬영기기와 원리, 기능이 비슷하다. 하지만, 훨씬 강한 엑스레이선을 사용해 더욱 명확한 해상도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모니터로 본 불상 내부는 금박선과 재료인 흙이 잔존한 정도까지 드러나 보였다. 유혜선 보존과학부장은 “불상 내부의 재질, 금박선, 벌레 파먹은 정도까지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며 “유물의 안전 진단과 진위 판별 등에서 보존과학의 수준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추위에 쫓겨 닿은 땅…한국인은 기후난민이었다 [책&생각] 1.

추위에 쫓겨 닿은 땅…한국인은 기후난민이었다 [책&생각]

해발 3500m 하늘 아래 첫 서점, 그 경이로움에 취하다 2.

해발 3500m 하늘 아래 첫 서점, 그 경이로움에 취하다

‘진취적’ 왕후를 비추는 ‘퇴행적’ 카메라…우씨왕후 3.

‘진취적’ 왕후를 비추는 ‘퇴행적’ 카메라…우씨왕후

‘에미상’ 18개 부문 휩쓴 일본 배경 미드 ‘쇼군’ 4.

‘에미상’ 18개 부문 휩쓴 일본 배경 미드 ‘쇼군’

흥행 파죽지세 ‘베테랑2’…엇갈리는 평가에 감독이 답했다 5.

흥행 파죽지세 ‘베테랑2’…엇갈리는 평가에 감독이 답했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