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의 진수 함께 보여줄 것”
3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4층 국립발레단 연습실이 한순간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찼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발레리나 강수진(39·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무용수)과 ‘프랑스 발레의 자존심’ 마뉴엘 르그리(46·파리오페라 발레단 수석무용수)의 리허설이 시작된 것이다.
이들은 4~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2006 스페셜 발레 갈라>에서 <카멜리아의 여인>과 <오네긴> 중 파드되(2인무)를 출 예정이다. 세계적 스타들의 연습 장면을 구경하러 온 국립발레단원들은 한 동작이라도 놓칠 세라 호기심어린 눈망울을 굴렸다. 강수진의 남편 툰치 쇼크만(46)도 연습용 바에 턱을 괴고 유심히 연습을 지켜봤다.
<카멜리아…>의 피아노 곡이 흐르는 동안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강수진은 슬픈 얼굴로 흐느끼듯 격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마뉴엘 르그리는 세계적 스타 답게 당당하면서도 기품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강씨는 “여주인공 마르그리뜨가 병 들어 죽기 전 자기 몸을 짜내듯 마지막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라며 “제가 한국 사람이라 그런지 드라마틱한 내용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르그리뜨는 <오네긴>의 타티아나와 함께 강씨가 “가장 사랑하는 역”이다. 르그리는 “강수진을 안 지는 20년이 됐지만 같이 춤을 추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강씨가 먼저 같이 공연하자고 제의해 줘, 이런 기회가 생겨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세계 발레의 양대 산맥인 프랑스와 러시아 발레의 진수를 모두 맛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지연(키로프 발레단 드미솔리스트)과 배주윤(볼쇼이 발레단 드미 솔리스트)이 각각 이고르 골프(키로프 발레단 수석무용수)와 안드레이 볼로틴(볼쇼이 발레단 솔리스트)과 파드되(2인무)를 춘다.
“러시아 발레가 팔 동작을 비롯한 상체 연기가 강점이라면 프랑스 발레는 다리 동작이 더 섬세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여러 나라 출신들이 모여서 하는 공연에서는 나라 별 특징을 잊고 보는 것이 더 좋은 관람법이 될 겁니다.”(마뉴엘 르그리)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국립발레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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