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마지막 공연이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배우 명계남(54)이 10년만에 연극계로 돌아온다. 지난 1995년 ‘광고쟁이’ 노릇을 때려치우고 대학로에 돌아올 때, 복귀작으로 선택했던 모노드라마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덩치는 크지만 존재감을 느낄 수 없는 악기 콘트라베이스. 묵직한 저음으로 다른 악기의 뒤에서 늘 ‘앙상블’로만 기능하는 이 악기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일이 없다.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사람도 마찬가지. 그는 메조소프라노 가수 ‘사라’를 사랑하지만, 정작 사라는 이 콘트라베이스 주자의 존재조차 모른다. 철저한 계급사회인 오케스트라에서 서글픈 콘트라베이스 주자는 자신을 알릴 방법이 없다.
그런 그가 사랑 고백을 할 최후의 수단을 생각해 낸다. 대통령을 비롯한 수천 명의 관객이 숨죽이고 경청하는 연주회 도중 그 여자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자고. 그래서 사라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자신의 사랑을 알도록 하자고.
콘트라베이스 주자의 모습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소시민들의 자화상이다. 이 작품은 <좀머씨 이야기>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독일의 은둔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34살 되던 1983년에 쓴 것이다.
명씨는 “10년 전 공연 이후 배우로서 꼭 다시 한 번 연기하고 싶은 작품이었다”며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빛나지는 않지만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소중하다고 역설하는 연극”이라고 말했다. “2시간이나 되는 긴 시간 동안 혼자서 떠들어야 하는 공연”이라 체력도 부칠 법하다. “생애 마지막 공연이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수많은 영화에 단역 또는 조연으로 출연하며 ‘콘트라베이스’ 구실을 해온 그가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 <손님은 왕이다>도 마침 2월 중순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에도 <콘트라베이스>의 대사와 10여 년 전 공연 포스터 등이 등장한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거침없는 독설을 뿜어내던 ‘들판’의 명계남이 무대에서 들려주는 목소리는 어떤 색깔일지, 궁금해진다. 2월7일~3월5일 대학로 우리극장.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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