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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학술

‘나는 바퀴를…’ 이후 40년, 문지 시인선 500호

등록 2017-07-13 20:20수정 2017-07-13 20:23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오생근·조연정 엮음/문학과지성사·8000원

문학과지성사가 내는 시집 시리즈 ‘문학과지성 시인선’이 500호를 맞았다. 1978년 황동규 시집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첫권으로 낸 지 40년 만이다. 문지 시인선은 그동안 시인 211명의 시집 492권과 시조시인 4명의 시선집 1권, 연변 동포 시선집 1권을 냈으며 100호, 200호, 300호, 400호를 앤솔러지 시집으로 내놓았다.

문학과지성 시인선은 한국을 대표하는 신작 시집 시리즈로 그 뒤 여러 문학 출판사들의 시집 시리즈의 전범 구실을 했다. 29만부 정도 팔린 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을 비롯해 15만부 안팎이 나간 황지우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이성복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최승자 시집 <이 시대의 사랑>을 비롯해 숱한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낳았다. 새로 등단한 시인들에게는 이 시리즈에서 자신의 시집을 내는 것이 간절한 꿈이 되었다.

문지 시인선 500호 돌파에 즈음해 13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학과지성사 공동대표인 문학평론가 우찬제 교수(서강대)는 “문지 시인선은 이미 문학사에서 평가받은 기성 시인보다는 동시대의 감수성을 새롭게 열어 가는 시인들을 발굴해 한국 문학을 진화시키고자 해 왔다”고 자부했다. 역시 공동대표인 문학평론가 이광호 교수(서울예대)도 “문지 시인선이 상대적으로 전위적이며 실험적인 시에 열려 있다고 알려졌지만 서정시 역시 품어 왔다”며 “전위시냐 서정시냐보다는 어떻게 시적 언어를 발명하고 그래서 세상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했는가 하는 언어의 문제가 문지 시인선 정체성의 핵심을 이룬다”고 말했다.

문학과지성사는 시인선 500호를 기념해 시선집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를 엮어 냈다. 황지우 시집 <게 눈 속의 연꽃>(1990)의 표제시 한 대목을 표제로 삼은 500호 기념 시선집에는 2007년까지 이 시리즈로 나온 시집 중에서 85권을 선정해 해당 시집 저자인 65명 시인마다 2편씩 대표작을 골라 모두 130편이 실렸다. ‘조그만 사랑 노래’(황동규), ‘신성한 숲 1’(조정권), ‘1959년’(이성복), ‘삼십세’(최승자), ‘빈집’(기형도),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진은영) 등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시들이 두루 포함되었다.

이광호 대표는 “문지 시인선의 시집 발간은 그동안 문학적 자율성을 가장 큰 판단 기준으로 삼아 대상작을 결정해 왔지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는 문학적 공공재의 측면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공공성 역시 중요한 기준으로 함께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500호 기념 시선집에 엮은이로 참여한 문학평론가 조연정도 발문에서 “인간을 억압하는 권력과 무관한 존재라는 그 사실 자체로 인간을 구원할 힘을 지녔던 시가 스스로 권력이 되기도 했다”며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를 보탰다. 지난해 불거진 문단 성폭력 사건에 문학과지성 시인선에 포함된 시인들이 연루된 사실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문학과지성사는 그와 관련해 시인 두사람의 시집 세권을 ‘판매 중지’ 한 상태라고 밝혔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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