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학술

“미군정~이승만 정부 ‘관료’ 1만9천여명 임면기록 확인했어요”

등록 2020-11-08 19:11수정 2020-11-09 02:37

‘대한민국관료1’ 펴낸 안용식 교수
조선총독부·구한말 이어 세번째
“경찰들 가장 일본식으로 창씨개명”
‘우리 가요 중에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다’라는 가사가 있다. 익어가는 것은 ‘건강이 허하면 즐거이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아 거기에 매달려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이로 팔순에 천 쪽이 넘는 한국 관료 자료집을 낸 안용식 교수가 이 책 서문에 쓴 글이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우리 가요 중에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다’라는 가사가 있다. 익어가는 것은 ‘건강이 허하면 즐거이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아 거기에 매달려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이로 팔순에 천 쪽이 넘는 한국 관료 자료집을 낸 안용식 교수가 이 책 서문에 쓴 글이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대한민국관료1>(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올해 우리 나이로 팔순인 안용식 연세대 행정학과 명예교수가 해방 이후 미군정기부터 이승만정부 말까지 이 땅에서 관료를 지낸 한국인 1만9142명(미군정기 2919명 포함)의 임면 기록을 정리한 자료집이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로 나눠, 정부 관료 외에도 군 장성과 대학교수, 각급 학교 장 등을 가나다순으로 기술했다.

저자는 앞서 4년 전에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 총독부 관리를 지낸 한국인 2만500명의 임면 기록을 정리해 출간했고 지난해에는 1895년 갑오개혁부터 일제가 조선을 강제병합한 1910년까지 임용된 관료 3만2400명을 수록한 자료집을 냈다. 내년에는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부 초기(1961~67) 관료 자료집을 내, 필생의 과제인 한국 관료 기록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내가 정리해낸 자료집을 토대로 논문 세 편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한말에서 일제로 넘어온 관료들, 일제에서 대한민국 정부로 넘어온 관료들, 이승만 자유당 정권에서 4·19를 거쳐 박정희 정부로 넘어온 관료들을 각각 분석하는 글이죠. 생전에 꼭 할 생각입니다.”

<대한민국관료1> 표지.
<대한민국관료1> 표지.
지난 6일 전화로 만난 저자는 미군정기 한국인 관료를 정리하는 데는 국가기록원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국가기록원에 몇 차례 요청해 올해 <미군정청관보>를 받을 수 있었죠. 제가 가지고 있던 관보 자료와 합쳐 몇 달 만에 미군정 시기 작업을 마무리했죠.” 그는 이번 작업의 기초 자료인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 관보가 한말과 일제 때 관보와 견줘도 허술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군정은 자기들 필요에 따라 관보를 만들어 많이 엉성해요. 한국인 관료의 영어 이름을 우리말로 잘못 옮기는 등 오자도 수두룩해요. 이승만 정부 때는 6·25로 정부가 천도와 환도를 겪으면서 관보 제작에 어려움이 많았죠.”

일제 강점기와 이승만 정부 관료의 연속성에 대해 묻자 그의 답은 이렇다. “이승만 시절을 보니 상당수가 일제 때 관료로 있었던 이들입니다. 언뜻 보니 세무행정 쪽 관료들이 일제에서 많이 넘어왔어요. 철도와 우편 쪽도 더러 발견되고요. 이쪽은 업무를 아는 사람들이 없으니 그랬겠죠.” 그는 이런 연속성 분석에서 가장 어려운 직무가 경찰이라고 했다. “1943년 일제시대 경찰 직원록이 있는데 조선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여요. 그때 조선인 경찰들이 창씨개명을 너무 일본식으로 해서죠. 일제 때 판검사를 한 한국인들도 대개 자기 이름 한 자는 넣어 개명하는데 경찰들은 제대로 창씨개명을 해요. 그래서 누가 한국사람인지 찾기 힘들어요. 일제 앞잡이 비난을 의식해 일제 때 행적을 숨기기도 했고요.”

그는 요즘도 하루 6~7시간씩 자료집 정리와 논문 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왜 이렇게 관료 연구에 매달리는지 물었다. “제가 원래 관료 사회에 관심이 많아요. 대학원 공부도 그 분야를 했고요. ‘인사 행정’이라고 하잖아요. 행정은 사람이 하는 것이죠. 그래서 사람을 아는 게 중요해요.”

그는 연구로 “지난 70년 동안 한국 관료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럽고 불안했는지 밝히고 싶다”고도 했다. “일본은 정치가 흔들려도 관료사회는 조용해요. 하지만 우리는 정치가 움직이면 관료들도 움직입니다. 나라를 위해 관료 사회가 안정되어야 해요. 일제와 전쟁, 독재 등 정치적 변혁으로 한국 관료사회가 굉장히 휘둘렸어요. 관료들에게 힘든 시기였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서울어린이대공원 땅밑에 조선시대 말 목장이 묻혀 있었다 1.

서울어린이대공원 땅밑에 조선시대 말 목장이 묻혀 있었다

경복궁 주변 파봤더니 고려시대 유물이 줄줄이? 2.

경복궁 주변 파봤더니 고려시대 유물이 줄줄이?

‘코미디·오컬트·로맨스’ 박 터지는 설 극장가 누가 웃을까 3.

‘코미디·오컬트·로맨스’ 박 터지는 설 극장가 누가 웃을까

71년 전 부산 풍경을 만나다…‘다큐사진 선구자’ 임응식의 시선 4.

71년 전 부산 풍경을 만나다…‘다큐사진 선구자’ 임응식의 시선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 가수 한명숙 별세…향년 90 5.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 가수 한명숙 별세…향년 90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