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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제주 4·3 역사기행…억새숲의 진혼가

등록 2006-03-22 23:17

‘제주 4·3’ 당시 토벌대에 의해 ‘잃어버린 마을’이 되어버린 화북 곤을동 마을의 터. 무성한 억새로 뒤덮인 돌담들이 70여 호로 이뤄진 마을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 4·3’ 당시 토벌대에 의해 ‘잃어버린 마을’이 되어버린 화북 곤을동 마을의 터. 무성한 억새로 뒤덮인 돌담들이 70여 호로 이뤄진 마을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토벌대에 잃어버린 마을…집단총살 현장 애기무덤…통곡의 58년 상처 가슴저리다

남녘의 섬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 뒤켠에는 피와 눈물의 역사가 감춰져 있다.

제주도 동부 해안가에 자리잡은 오름 별도봉 동쪽 아래 바닷가 쪽에도 흔적만 남은 그 아린 생채기가 있다. 지금은 역사에 묻혀버린 제주시 화북1동 4410번지 일대 ‘화북 곤을동 마을’이다. 화북촌이 바다로 흐르다 별도봉 동쪽에서 나눠지며 안곤을 22호, 가운데곤을 17호, 동곤을 28호 등 약 70여 호로 이뤄진 전형적인 자연마을이었다. 반농반어로 생계를 꾸리던 이 마을은 1949년 1월4일 갑자기 들이닥친 토벌대에 의해 가옥이 불타고 주민들이 학살되어 제주도에서 흔히 발견되는 ‘잃어버린 마을’이 되어버렸다.

제주 4.3 연구소 고성만(28) 연구원은 “1948년 4.3 사건이 일어난 뒤 산간지방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해안 4킬로미터 이내로 강제 이주시키면서 제주 전역에 ‘잃어버린 마을’이 많이 생겨났다”고 밝혔다. 그는 “곤을동 마을처럼 해안에 있는 마을이 희생당한 것은 드문 일인데, 당시의 참혹하고 무자비했던 토벌을 잘 반증하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해질 무렵 찾은 ‘잃어버린 마을’ 터에는 무성한 억새 숲 사이에 집터로 보이는 시커먼 돌담들이 석양에 붉게 물들고 있었다.

‘제주 4·3’ 당시 북제주군 조천읍 선흘리 마을의 부녀자와 노인들이 토벌대에 의해 강제 동원돼 석달 동안 강제수용소로 쌓아올린 낙산동 성터의 모습.
‘제주 4·3’ 당시 북제주군 조천읍 선흘리 마을의 부녀자와 노인들이 토벌대에 의해 강제 동원돼 석달 동안 강제수용소로 쌓아올린 낙산동 성터의 모습.
현기영씨의 소설 <순이 삼촌>의 무대가 되었던 북제주군 조천읍 북촌리에는 주민들이 밭일을 하다가 돌아올 때 쉬어가던 ‘너분숭이’라고 불리는 넓은 팡(움푹 팬 공간)이 있다. 이곳에는 20여기의 애기무덤이 옹기종기 있는데 1949년 1월17일 함덕 주둔 군인들에 의해 주민들이 집단 총살당한 곳이다. 고 연구원은 “희생당한 주검들이 ‘마치 무를 뽑아 널어놓은 것 같이 널브러져 있었다’고 당시 살아남은 가족들이 증언했다”면서 “어른들의 주검은 수습했으나 어린아이와 무연고자들은 임시 매장된 채 지금까지 남아있다”고 참혹한 역사를 되새겼다. 그 후로 북촌은 ‘무남촌’으로 불렸다고 한다.

1948년 미군정 치하에서 통일된 자주독립국가를 부르짖던 제주도민들의 꿈을 무자비하게 짓밟으며 한국 현대사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제주 4.3사건이 올해로 58돌을 맞는다.

사건 당시 3년간 제주도민 27만여명 가운데 최소한 3만명에 이르는 사람이 희생되었고, 불에 타버린 마을만도 150여곳에 이른다.


제주 4.3연구소는 지난해부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제주 4·3 사건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제주 4.3 역사기행’을 마련하고 있다.

4.3 역사기행은 4.3 당시 예비검속돼 희생된 주민들의 묘지인 백조일손묘역, 섯알오름 학살터, 일제 강점기 비행기 격납고, 송악산 진지동굴, 4.3당시 폐허가 된 마을인 무동이왓과 곤을동 마을, 너분숭이 애기무덤, 목시미굴, 다랑쉬굴, 관음사, 관덕정, 4.3희생자들의 시신 없는 무덤인 헛묘, 낙선동 성터, 4.3평화공원 등을 권역별 코스로 나눠 둘러본다.

또 오는 4월8일 목시미굴 입구에서는 제주 민예총이 ‘찾아가는 유령제’를 열어 신방(무당)이 진혼굿으로 희생자를 해원할 예정이다.

자세한 정보는 제주 4.3연구소 홈페이지(www.jeju43.org)나 (064)756-4325로 문의.

제주도/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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