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쯤이었습니다. 퇴근하고 집 앞 공터에서 달리기를 하는데 아저씨 한명이 스마트폰으로 야경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에 뭐가 있는 거야?’ 호기심이 설핏 들었지만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달리기를 마쳤을 땐 얄팍한 궁금증은 사라진 뒤였습니다. 이튿날에야 알았습니다. 바로 어제 지구와 달의 거리가 올해 가장 가까워서 ‘슈퍼문’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을요. 이제 꽃도 좋고 달도 좋은 나이인데, 큰 볼거리를 놓쳤다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한가위 보름달이 있으니까요. 달과 거리가 더 멀어지긴 하지만 올해 추석 보름달도 제법 큰 슈퍼문이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달멍’을 해볼 참입니다.
올해 추석 연휴는 장장 6일입니다. 생각만 해도 여유롭고 배가 부릅니다. 자식,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며느리, 사위 등등의 자격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명절이지만, 의무를 다하고도 시간이 남을 수 있겠죠. 혼자만의 시간이 유독 길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요. 각양각색의 처지에서 황금연휴를 재밌게 보낼 수 있도록 한겨레가 즐길 거리를 다양하게 준비했습니다.
오곡이 익는 추석 땐 우선 잘 먹어야 합니다. 요리사로 변신한 ‘옥동자’ 정종철씨가 추석맞이 레시피를 대방출합니다. 먹었으면 뒹굴거려야죠. 오티티도 많지만 지상파방송사가 선택한 ‘특선 영화’도 기대됩니다. 이미 다 본 거라면 대작 보러 영화관으로 가야겠네요. 근심·걱정 잊고 먹고 뒹굴다 보면 얼굴이 슈퍼문처럼 커질 수 있겠죠. 괜찮아요. ‘먹은 만큼 태우면’ 되니까요. 하루에 딱 20분만 투자하면 되는 코어 단련 운동도 해보자고요.
연휴 중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이를 위해 책과 음악도 준비했습니다. 두툼한 교양서에 몰입하면 코어뿐만 아니라 뇌 근육도 탱탱해질 겁니다. 요즘 오래된 명곡을 엘피(LP)로 감상하는 게 힙한 취미가 됐다고 하죠. 1980~90년대 대중가요를 운치 있게 즐길 수 있는 엘피 입문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해지는 추석이 되길 기원합니다. 재밌게 놀고 연휴가 끝나는 진짜 가을, 10월에 우리 건강하게 다시 만나요.
김태규 토요판부장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