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여행·여가

완도 청해진 유적지 ‘해상왕’ 따라 봄마중 가세

등록 2005-02-24 17:46수정 2005-02-24 17:46

전남 완도군 완도읍 장좌리 앞바다 장도(장군섬)
전남 완도군 완도읍 장좌리 앞바다 장도(장군섬)
‘한민족 최초의 세계인’ ‘해양 경영의 선구자’로 불리는 장보고. 1200년 전 동북아시아 해상무역을 장악하며 한 시대를 호령했던 인물이다. 명성에 비해 그 실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신라인 장보고의 활약상이 최근 10여년에 걸친 유적지 발굴과 연구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일대기를 다룬 소설에 이어 요즘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전남 완도군 청해진 유적지로 ‘해상왕’ 장보고의 발자취를 만나러 간다. 남도의 들녘에 아련히 번져오는 봄기운을 만끽하며, 활달했던 민족의 기상을 생각해 보는 여정이다.

청해진 유적은 완도군 완도읍 장좌리와 죽청리·대야리 일대에 퍼져 있다. 1991년부터 2001년까지 10차에 걸쳐 발굴조사가 이뤄졌는데, 중심 발굴지가 장좌리 앞바다의 장군섬으로 불리는 장도다. ‘장군’은 물론 장보고를 가리킨다.

1200년전 동북아 해상무역 호령

이 섬이 청해진 유적지로서 속살을 내보인 것은 불과 46년 전, 1959년 남해안을 초토화시킨 태풍 사라에 의해서다. 흙에 묻혔던 청해진 유적의 일부가 거센 물살에 씻겨 모습을 드러냈다. 장도의 남쪽 해안을 따라 촘촘히 땅에 박힌, 지름 30~40㎝의 나무기둥 행렬이 그것이다. 외적 방어나 토사유출 방지를 위한 목책, 또는 선박 접안시설의 일부로 추정되는 이 소나무 기둥 행렬은, 탄소측정 결과 청해진 존속 시기와 같은 9세기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장도는 물때에 따라 하루 두번 장좌리 마을과 연결돼 걸어서 건널 수 있다. 건너자마자 오른쪽 해안을 따라 잠시 걸으면, 바닷가 돌무더기 사이에 약 10㎝ 간격으로 윗부분만 몸을 드러낸 채 줄지어 박혀 있는 통나무들을 관찰할 수 있다. 거의 화석화한 상태지만 굵직한 나무들의 나이테는 선명하기만 하다. 330여m의 행렬을 이룬 1000여개의 원목들은, 일부는 모습을 드러내고 일부는 땅에 묻힌 모습이다. 한때 주민들이 뽑아다 땔감으로 쓰기도 했다고 하는데, 안내판말고는 아직 보호시설이 없는 상태다.

태풍 사라가 천년간의 잠을 흔들어 깨운 청해진 유적지의 주인공 장보고(?~841)는 이런 사람이다. 젊은 나이에 당나라로 건너가 무공을 세우고, 상권을 장악해 당시 번성했던 재당 신라인 사회의 지도자로 급부상했다. 국내로 돌아온 뒤엔 왕에 건의해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고 극성이던 해적을 소탕한다. 왕위쟁탈에 본의아니게 휘말려 암살당하기까지 14년 동안 당과 일본을 잇는 해상무역을 장악하며, 청해진을 당시 해상무역의 거점으로 일궜다. 산뚱반도와 초주, 명주, 일본 규슈 지역에 이르는 상권을 주름잡았다. 그 활약상은 당 시인 두목의 <번천문집> ‘장보고·정년전’과, 장보고의 도움으로 당에서 구법활동을 한 일본 승려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에 일부가 전해온다. 당시의 청해진 본영으로 추정되는 곳이 바로 장도다.

▲ 남쪽 해안을 따라 박혀 있는 청해진시대의 소나무 목책. \




태풍 사라, 천년 긴 잠을 깨우고

장도 탐방길을 따라 오르면 발굴 복원된 토성(890m)이 섬 둘레를 따라 펼쳐진다. 성문과 고대(高臺) 등을 복원해 놓았다. 장도가 본영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은 이 토성과 해안가의 목책열 등 2중 방어선 구축 형태에서 나온다. 섬 정상엔 장보고 대사를 모신 사당이 있는데, 정월 대보름날이면 주민들은 장좌리와 장도 일대에서 당제를 지낸다. 물때에 맞춰 장도로 걸어들어가 사당에 제를 지낸 뒤, 나올 때 배를 타고 나오면서 펼치는 선상굿(12군고악)이 장관을 이룬다. 토성 안에선 크고 작은 건물 터와 수많은 토기·기와조각, 철제소반·청동병 등 제사용구, 중국과의 교역 사실을 보여주는 청자편 등 3만여 점의 유물과 내부를 돌로 쌓아올린 우물도 발견됐다.



본명 추정 장도 토성·성문등 복원

장좌리 남쪽 죽청리의 앞 들판을 주민들은 ‘한뜰’(넓은 들)이라고 부른다. 청해진 군사들의 훈련장이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수많은 토기·자기·기와조각들이 출토됐고, 밭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지름 50여㎝의 돌확이 남아 있다. 한뜰 아래쪽 바다와 만나는 지역은 주민들이 ‘배둥둥이’라 부르는 곳인데, 학자들은 이곳을 청해진 시대에 배를 건조하고 수리했던 지역으로 추정한다. 주변엔 배를 띄우던 곳으로 여겨지는 둥근 석축의 흔적인 ‘부추원’, 감옥이 있던 자리로 전해지는 ‘옥터’, 장수가 올라 군사를 지휘했다는 높고 평평한 곳인 장대(일명 솔포등) 등의 지명도 전해온다.

죽청리 뒤, 완도의 지붕으로 일컬어지는 상황산(644m)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에도 청해진 당시 유적지로 보이는 곳이 있다. ‘망대’라 부르는 평탄한 땅으로 장대와 한뜰, 장도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요지다. 학자들은 이곳을 배의 드나듦을 감시하던 시설이 있던 곳으로 추정한다. 주변에선 건물의 주춧돌로 여겨지는 자연석재들과 기와조각 등이 발견된다. 장좌리 뒷산의 법화사터, 관음사터, 당시 대규모 장터가 번성했다는 대야리 장터 등도 당시의 유적지들이다.

그러나 청해진 유적의 전모는 아직 제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완도 향토사학자들은 완도 섬 전체와 이웃 해남, 강진, 흑산도 등을 포괄하는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완도/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완도 여행정보=수도권에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광주 광산나들목에서 나와 13번 국도를 타고 나주, 영암 거쳐 강진으로 간 뒤 55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남창 지나 완도로 간다. 서해안고속도로는 목포나들목을 나와 2번 국도를 따라 강진 쪽으로 가다 성전에서 우회전해 13번 국도를 타고 해남 거쳐 완도로 간다. 광주터미널에선 완도행 직통버스가 저녁 7시15분까지 운행(2시간30분 소요)된다. 완도읍 개포리에 청실횟집(061-552-4559), 대도한정식(061-553-5029) 등이 있다. 완도읍 가용리에 씨월드관광호텔(061-552-3005, 여름 성수기외엔 5만원)이 있고, 모텔급 숙소도 많다.


고맙구나, 드라마 ‘해신’

관광객 하루 1만명 북적

김과 톳, 전복 등 해산물의 고장 완도가 요즘 새로운 관광지로 태어나고 있다. 관광객의 발길이 잦았던 기존의 보길도, 청산도 말고도 완도 본섬의 드라마 세트장으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한 방송사의 드라마 ‘해신 장보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완도군 문화관광과 관광진흥담당 안봉일씨는 “지난 1월 첫째주 완도 관광객수가 지난해 같은 시기의 두 배를 넘어선 이래, 2월 중순 현재는 지난해의 여덟 배 이상인 하루 1만명 가까운 관광객이 완도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웬만한 대중식당이나 숙박업소는 주말이면 빈 자리와 빈 방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동남아에 부는 한류 열풍에서도 증명됐듯이, 영상물이 관광 홍보에 끼치는 영향을 새삼 절감하게 해주는 현장이다.

관광객들이 관심이 쏠리는 곳은 완도읍 대신리 소세포 마을 1만5000여평 터에 꾸며진 청해진 본영, 객사, 저자거리 세트장과 군외면 불목리 3만여평에 만들어진 신라방, 중국 거리 등 세트장, 그리고 장도 청해진 본영 유적지다. 소세포엔 수많은 초가집들에다 바다엔 대형 목선들을 띄워 규모 있는 옛 포구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했고, 불목리 세트장엔 거리 중심에 수로를 만들고 배까지 띄워 번성했던 당나라 신라방의 모습을 되살렸다.

관광객들의 관심을 더하는 것은 완도가 단순히 드라마 세트장만 있는 곳이 아니라, 본디 장보고가 활약한 청해진이 있던 역사유적지 곳이라는 데서 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완도군 쪽은 “앞으로 장좌리에 장보고촌을 복원하고, 장보고 동상을 세우는 등 ‘해상왕’의 기상을 체감하는 역사관광지로 가꿔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