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면 광천리 서강변에 자리잡은 육지 속의 섬 청령포는 숙부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긴 채 영월 땅에 유배된 비운의 왕 단종의 한과 넋이 서린 곳이다.
강원도 영월
단종의 한 서린 청령포도
한반도 쏙 빼닮은 산세도
비단결 같은 서강의 품에
고요히 안겨 있었네 영월에 봄기운이 무르익으면서 때깔 고운 서강에는 터줏대감들이 봄맞이에 한창이다. 새벽녘에는 부지런히 새끼를 깐 비오리 가족들이 물안개를 헤집고, 서강의 텃새인 노랑턱멧새와 곤줄박이, 오목눈이, 박새, 동고비들이 강변 숲속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다. 맑디맑은 여울에는 어름치가 산란을 시작했으며, 돌상어와 꾸구리, 배가사리, 쉬리 등이 산란 준비에 바쁘다. 서강은 강원도 영월 동강의 반대편 서쪽에서 흐르는 강이다. 강원도 태기산에서 흘러내린 주천강과 평창에서 달려온 평창강이 영월군 서면 신천리에서 어울려 새물줄기를 이뤘다. 예부터 남성스러운 동강을 지아비강이요,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서강을 지어미강이라 불렀다. 한없이 깊고 부드러운 서강이 서면 옹정리 선암마을변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천연의 조각품을 빚어냈다. 선암마을 강 건너편에 신선바위를 비롯해 기암절벽을 병풍처럼 펼쳐놓았으며, 마을 앞쪽에는 우리땅을 그대로 복원하듯 한반도 지형을 만들었다.
워낙 물이 맑고 깨끗해 선암마을과 이웃 괴골마을 주민들이 강물을 길어다 그대로 식수로 사용하는 서강변에는 요즘 상수리나무와 물푸레나무, 미루나무, 갯버들 등이 부지런히 새잎을 틔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보랏빛 노루귀와 연분홍 얼레지, 하얀 산자고, 자주색 할미꽃 등이 강변과 강마을을 단장하며, 주홍빛 작은주홍부전나비, 노란색에 까만 줄무늬가 산뜻한 산호랑나비와 호랑나비, 까만 제비나비 등이 부지런히 꽃을 찾아다니고 있다.
선암마을 앞산을 올라 솔숲 우거진 오솔길을 지나 전망대가 있는 종만봉에 오르니 삼면이 바다인 우리땅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예전에는 선암마을 앞쪽으로 절벽을 타고 올라갔으나 지금은 선암마을 못미처 산등성이로 도로를 내놓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동쪽은 깎아지른 절벽, 서쪽과 남쪽은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진 백사장이 신기하게도 동고서저 지형을 이뤄 한반도와 빼다박았다. 한반도 지형은 1999년 여름 서강 쓰레기매립장 반대운동을 벌이다 뜻밖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 마을 토박이 고 이종만씨가 발견한 곳이다.
“1999년 12월22일 이 마을 토박이인 이종만님을 따라 이곳에서 놀랍게도 우리의 소망인 통일된 한반도를 그대로 축소해 놓은 듯한 한반도 지형을 발견하고 벅찬 감동을 받았습니다.” 지난 94년 목회활동을 하려고 서강을 방문한 뒤로 천혜의 환경과 생태에 반해 서강가의 외딴집에서 살며 글과 사진을 통해 서강의 생태와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서강지킴이’ 최병성 목사가 그 때의 감격을 떠올린다.
봄볕을 받으며 느릿느릿 흐르는 서강 물줄기를 따라 남면 광천리로 내려가자 서강이 빚어낸 또다른 물돌이 절경과 만난다. 비운의 조선 6대 왕 단종이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긴 채 영월로 내몰린 뒤 처음 머물던 청령포다. 동·남·북 삼면이 강줄기로 둘러싸이고 서쪽으로는 육육봉의 험준한 산줄기와 절벽으로 둘러싸여 수려한 절경을 자랑하지만 그 옛날 나어린 단종에게는 감당하지 못할 유배지였다.
청령포를 건너는 나룻머리에는 1966년 8월13일 이만진씨가 작사하고 원로가수 한복남씨가 작곡해 가수 심수경씨가 부른 영월군민의 애창곡 ‘두견새 우는 청령포’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왕관을 벗어놓고 영월땅이 웬말이냐/ 두견새 벗을 삼아 슬픈 노래 부르며/ 한양 천리 바라보며 원한으로 삼년 세월/ 아, 애달픈 어린 임금 장릉에 잠들었네.” 또 청령포가 바라다보이는 길가에도 열일곱살 단종의 사형을 집행하고 돌아가던 금부도사 왕방연이 청령포를 바라보며 자신의 심경을 읊은 시비가 있다.
“천만리 머나 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단종의 애사가 가슴을 저리게 하는 육지 속의 섬을 배로 건너니 하늘을 가리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숲을 이뤄서 반긴다. 솔숲에는 단종이 머물던 어가를 비롯해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를 적은 금표비, 단종이 오열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늙은 소나무 관음송(천연기념물 제349호)이 사람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관음송을 지나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니 단종이 아침저녁으로 올라 생이별한 왕비를 그리며 한양 쪽을 바라보았다던 노산대가 있다. 천길 낭떠러지에서 내려다보는 서강의 물줄기는 단종의 한과 넋을 달래듯 청령포를 감돌며 느릿느릿 흘러 영월읍 하송리에 이르러 비로소 동강과 몸을 섞어 남한강을 이룬다.
영월/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한반도 쏙 빼닮은 산세도
비단결 같은 서강의 품에
고요히 안겨 있었네 영월에 봄기운이 무르익으면서 때깔 고운 서강에는 터줏대감들이 봄맞이에 한창이다. 새벽녘에는 부지런히 새끼를 깐 비오리 가족들이 물안개를 헤집고, 서강의 텃새인 노랑턱멧새와 곤줄박이, 오목눈이, 박새, 동고비들이 강변 숲속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다. 맑디맑은 여울에는 어름치가 산란을 시작했으며, 돌상어와 꾸구리, 배가사리, 쉬리 등이 산란 준비에 바쁘다. 서강은 강원도 영월 동강의 반대편 서쪽에서 흐르는 강이다. 강원도 태기산에서 흘러내린 주천강과 평창에서 달려온 평창강이 영월군 서면 신천리에서 어울려 새물줄기를 이뤘다. 예부터 남성스러운 동강을 지아비강이요,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서강을 지어미강이라 불렀다. 한없이 깊고 부드러운 서강이 서면 옹정리 선암마을변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천연의 조각품을 빚어냈다. 선암마을 강 건너편에 신선바위를 비롯해 기암절벽을 병풍처럼 펼쳐놓았으며, 마을 앞쪽에는 우리땅을 그대로 복원하듯 한반도 지형을 만들었다.
남면 광천리 서강변에 자리잡은 육지 속의 섬 청령포
워낙 물이 맑고 깨끗해 선암마을과 이웃 괴골마을 주민들이 강물을 길어다 그대로 식수로 사용하는 서강변에는 요즘 상수리나무와 물푸레나무, 미루나무, 갯버들 등이 부지런히 새잎을 틔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보랏빛 노루귀와 연분홍 얼레지, 하얀 산자고, 자주색 할미꽃 등이 강변과 강마을을 단장하며, 주홍빛 작은주홍부전나비, 노란색에 까만 줄무늬가 산뜻한 산호랑나비와 호랑나비, 까만 제비나비 등이 부지런히 꽃을 찾아다니고 있다.
선암마을 앞산을 올라 솔숲 우거진 오솔길을 지나 전망대가 있는 종만봉에 오르니 삼면이 바다인 우리땅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암마을 앞산을 올라 솔숲 우거진 오솔길을 지나 전망대가 있는 종만봉에 오르니 삼면이 바다인 우리땅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예전에는 선암마을 앞쪽으로 절벽을 타고 올라갔으나 지금은 선암마을 못미처 산등성이로 도로를 내놓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동쪽은 깎아지른 절벽, 서쪽과 남쪽은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진 백사장이 신기하게도 동고서저 지형을 이뤄 한반도와 빼다박았다. 한반도 지형은 1999년 여름 서강 쓰레기매립장 반대운동을 벌이다 뜻밖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 마을 토박이 고 이종만씨가 발견한 곳이다.
청렴포 소나무
“1999년 12월22일 이 마을 토박이인 이종만님을 따라 이곳에서 놀랍게도 우리의 소망인 통일된 한반도를 그대로 축소해 놓은 듯한 한반도 지형을 발견하고 벅찬 감동을 받았습니다.” 지난 94년 목회활동을 하려고 서강을 방문한 뒤로 천혜의 환경과 생태에 반해 서강가의 외딴집에서 살며 글과 사진을 통해 서강의 생태와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서강지킴이’ 최병성 목사가 그 때의 감격을 떠올린다.
봄볕을 받으며 느릿느릿 흐르는 서강 물줄기를 따라 남면 광천리로 내려가자 서강이 빚어낸 또다른 물돌이 절경과 만난다. 비운의 조선 6대 왕 단종이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긴 채 영월로 내몰린 뒤 처음 머물던 청령포다. 동·남·북 삼면이 강줄기로 둘러싸이고 서쪽으로는 육육봉의 험준한 산줄기와 절벽으로 둘러싸여 수려한 절경을 자랑하지만 그 옛날 나어린 단종에게는 감당하지 못할 유배지였다.
노랑턱멧새 새끼들
금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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