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를 차지한 마일드 세븐-르노 F1 팀의 페르난도 알론소가 관중의 환호에 두 손을 들어 답하며 서킷을 돌고 있다.
‘부릉부릉’ ‘두근두근’ 날개단 경주차가 심장에 박힌다 ‘위이이잉~웨에에엥.’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을 울리며 경주용 차들이 질주를 시작했다. 엔진 시동 걸리는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한 심장은,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주차들의 속도에 터질 듯이 요동쳤다.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난 관중의 박수와 환호성까지 더해져 경기장은 곧 폭발할 것만 같았다. 지난달 20일 일요일 오후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남쪽으로 60㎞ 정도 떨어진 ‘세팡 인터내셔널 서킷’에선 국제자동차연맹(FIA) 주최 ‘2005 포뮬러-1(F1) 그랑프리’의 말레이시아 대회가 열렸다. 세팡 경기장엔 11만여 명의 관중이 섭씨 34도에 이르는 뜨거운 날씨에도 경기 시작 서너 시간 전부터 ‘자동차 경주의 꽃’을 보기 위해 모여들고 있었다. 소풍을 나온 듯한 가족들과 연인, 친구들과 함께 경주장을 찾은 이들은 좋아하는 팀의 옷과 모자로 기분을 내며 벌써부터 흥분한 표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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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시속 350Km로 질주
10개팀 20명 불꽃 경쟁
스타 슈마허 7위 부진
출전 선수 20명의 클래식 자동차 퍼레이드에 이은 공군 전투기들의 축하 비행으로 한껏 분위기가 달아오른 관중은 오후 3시, 포뮬러-1 경주차들이 굉음과 함께 일제히 출발하자 휘파람을 불고 괴성을 지르며 ‘꿈의 경주’ 속으로 빠져들었다. ‘포뮬러-1’은 국제자동차연맹이 정한 엔진 규격을 말한다. 배기량 3천㏄의 10기통 엔진을 얹은 무게 600㎏의 포뮬러-1 경주차들은 900마력의 힘으로 최고시속 350㎞를 넘나든다. 이날 1위를 한 마일드 세븐-르노 F1 팀의 페르난도 알론소는 5.543㎞의 서킷을 1분35초 만에 돌아 모두 56바퀴 310.408㎞의 거리를 1시간31분33초 만에 달렸다. (일반 차와 비교하면 지엠대우자동차 800㏄급 뉴마티즈의 경우 무게 약 800㎏, 52마력에 최고시속 144㎞이다.) 포뮬러-1 경주차들이 이렇게 가볍고,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은 모두 첨단기술 덕분이다. 차체와 브레이크 시스템 등은 쇠보다 단단하고 가벼운 소재인 카본 파이버(탄소 섬유)와 복합금속재료 등으로 만든다. 차체 앞 뒤에 달린 날개(윙)는 비행기의 날개를 뒤집어 달아 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뒤집어진 날개’가 차를 위로 들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강하게 붙게 하는데 이 힘을 ‘다운포스’라고 한다. 이 힘이 고무 타이어가 땅을 빠르게 ‘박차고’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1950년 5월 영국 실버스톤에서 처음 시작한 포뮬러-1 그랑프리는 해마다 3월~10월 세계를 돌며 19번의 경주를 벌인다. 각 경주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는 10점, 2위는 8점, 3~8위는 6점~1점을 얻는다. 19번의 경주를 모두 마치고 합산해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은 선수가 그해 ‘포뮬러-1 그랑프리 월드 챔피언’의 영예를 차지한다. 또 한 팀에 소속된 선수 두 명의 점수를 합쳐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팀은 ‘컨스트럭터(경주차 제조사) 챔피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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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바레인 대회(지난 3일)까지 치른 올해는 10개팀 20명의 선수들이 경쟁 중인데 통산 8회 종합 챔피언을 노리는 페라리의 미하엘 슈마허의 부진(종합 14위·2점)과 2003년 헝가리 대회에서 단 한번 1위를 했을 뿐인 르노의 페르난도 알론소(종합 1위· 26점)의 약진이 눈길을 끈다. 슈마허는 말레이시아 경주에서 7위로 들어와 2점을 얻었을 뿐 앞뒤 두 번의 경주는 끝까지 달리지도 못했다. 반면 알론소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3위를 차지한 뒤 두 번의 경주에서 1위로 들어오며 새로운 챔피언이 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종합 2위인 도요타의 야노 트롤리와는 10점 차이로 점수를 벌렸다. 컨스트럭터 부문에서도 알론소와 지안카를로 피지켈라(종합 3위·10점)가 뛰는 르노가 36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경주가 끝났다. 꿈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꽉 막힌 도로 위에 한줄기 시원한 비가 내렸다. 꿈 같지만 너무도 강력해서 심장과 귓속 깊숙이 박힌 기억을 안고 사람들은 벌써부터 다음해를 기다리며 집으로 향했다. 이번 주말(24일)에는 이탈리아 반도의 작은 나라 산마리노 공화국에서 올해 4번째 경주가 펼쳐진다. 이 경주는 엠비시이에스피엔(MBC-ESPN)이 저녁 8시부터 생중계한다. 콸라룸푸르/사진·글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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