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에 셔츠가 두벌이오~.” 사고 파는 재미에 봄 바람까지 만끽하고 싶다면 벼룩시장을 기웃거려 볼만하다. 애물단지를 처분하는데 돈 들어오니 좋고, 싼 물건 더 싸게 깎는 맛도 쏠쏠하다. 벚꽃이 흐드러지던 지난 16일, 서울 서초토요벼룩시장, 뚝섬 ‘아름다운 나눔 장터’,
홍익대학교 앞 ‘프리마켓’에 나온 사람들 얼굴에도 봄 기운이 한창이었다.
“고물서 명품 중고까지 다 있어요”
서초벼룩시장=0.6평씩 877석이 꽉 찼다. 자리를 못 잡고 돌아간 사람들도 꽤 많았다. 옷가지는 천원대에서 거래된다. 그밖에 고물 망원경부터 4만원에 내놓은 프라다나 에르메스 같은 ‘명품’ 중고 샌들까지 있다.
골동품을 늘어 놓은 이영훈(60·서울
도화동)씨는 “용돈도 벌 겸 심심풀이로 나왔다”며 옆자리의 노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안나수이 머리핀 등을 1천원에 내놓은 김미정(30·경기 분당)씨와 박혜지(28·서울
신사동)씨는 “자리 편 지 1시간30분만에 2만원을 벌었다”며 “아무래도 우리가 예뻐서 장사가 잘 되는 것 같다”고 까르륵 웃었다. 2년 전부터 이곳을 자주 찾는 이지연(29)씨는 “제철 윗옷이 가장 잘 팔린다”며 “평균 4만~5만원은 번다”고 귀띔했다. 그는 옆자리에 물건을 펼친 사람과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을 벼룩시장의 매력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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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뚝섬유원지에서 열린 ‘아름다운 나눔 장터’에서 민희연, 최정현, 조유정, 김선주(12·성자 초등학교 6년·왼쪽부터)양이 가지고 나온 물건을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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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물건 값은 ‘사정 없이’ 떨어진다. 막바지가 되면 셔츠 등은 공짜나 100원만 주고 가져갈 수 있다. 장사가 안돼 뾰로통한 김애순(65)씨는 지나가는 어린이에게 “아가, 이거 그냥 가져라”라며 푸른 니트를 흔들었다. 박경희
서초구청 가정복지과 주임은 “신상품, 재고상품, 먹거리는 판매 금지”라며 “23일부터는 1천석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 8시30분~오후 3시. 서울 지하철 3호선
양재역8번출구로 나와 서초구청 앞마당. seocho.go.kr. (02)570-6490~2.
좌판엔 참가자들 ‘작품’ 예술시장
프리마켓·희망시장=참가자들이 만든 ‘작품’만 판다. 장신구가 많고 디자인이 독특하다. 유리를 불로 녹여 만든 목걸이 등이 1만5천원, 특이한 구름 모양을 세긴 모자가 2만5천원, 동그랗게 재단된 가방이 1만~3만원으로 1만원 이상짜리가 많다. 가방을 파는 김정애(29)씨는 “손수 디자인하고 만들기 때문에 싼 값에 많은 양을 내놓지 못 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밖에 계란 속을 비워 만든 인테리어 소품(5천원), 캐릭터를 그려 넣은 노트(2천원) 등 재기발랄한 생활용품을 볼 수 있다.
원래 물물교환과 작품판매가 함께 이뤄지던 이곳은 2003년부터 운영방법을 바꿨다. 동대문 등에서 물건을 떼다 전문적으로 파는 상인을 제한하고 ‘예술 시장’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다. 물건을 팔려면 프리마켓 홈페이지(freemarket.or.kr)나 희망시장 카페(cafe.daum.net/hopemarket)에 작가등록을 해야 한다. 이인구(30) 프리마켓 운영위원은 “거창한 걸 요구하는 건 아니고 다른 제품을 본뜨지 않은 자신의 작품 사진을 올리면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시장이 경기도 이천(cafe.daum.net/2000freemarket), 부천(care.daum.net/bcartmarket), 광주직활시(cafe.daum.net/monandolsaram), 부산(busanart.cyworld.com), 대구(cafe.daum.net/dgkebi)에서도 열리고 참가방법은 서울과 같다. 매주 토·일 오후 1시~6시. 지하철2호선
홍대입구역 6번출구로 나와 홍대 앞 놀이터.
인형극·노래자랑…가족 나들이 딱
아름다운 나눔 장터=가족끼리 즐기기 좋다. 인형극이나 캐릭터 그려주기, 노래자랑 등 여러가지 행사가 함께 열린다. 파는 물건이나 값은 서초토요벼룩시장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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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나눔 장터’에서 6살자리 유하진양과 어머니 이지연씨가 손님과 흥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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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그림을 그린 민희연, 조유정, 김선주, 최정현 (12·서울 성자초등 6년)양은 인형과 옷가지를 내다팔았다. 물건의 가짓수는 적은데 호객하는 목소리는 쩌렁쩌렁했다. 이들은 “각자 5천원씩 벌었다”며 “엄마 생일 선물 사고, 기부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강북구 수유리)씨는 손수 만든 목거리, 귀걸이를 펼쳐놓았다. 그가 데리고 나온 6살짜리 유하진양은 “장난감 팔아 700원을 벌었는데 저축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요즘 유행하는 젤리슈즈를 4천원에 내놓은 성민선(20·서울
노원구 공릉동)씨는 “여기서 팔아 번 돈은 여기서 사는 데 거의 다 쓴다”며 “옥에 티를 잡으라면 반에 반 가격으로 파는데도 막 깎는 사람들 때문에 속상하다”고 말했다.
‘어린이 장터’나 ‘단체 장터’는 인터넷(flea1004.com)에서 먼저 접수해야 하고 일반 장터는 오전 10시30분부터 선착순으로 받는다. 오는 순서에 따라 좋은 자리를 주는데 여름엔 다리 밑이 인기다. 중고품 80개 미만으로 팔 수 있다. 매주 첫째 셋째주 토요일 오후 12시~오후 4시.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 3번출구로 나와
청담대교 다리 밑.
이밖에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4시까지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시민벼룩시장(happymarket.or.kr)도 가볼만하다. 단 참가비 2천원을 내야 한다. 서울 동대문 운동장 안에서 매일 오전 9시~저녁 7시까지 여는 풍물벼룩시장은 옛
황학동 시장을 옮겨온 것으로 갖가지 생활용품을 판다. 매주 토요일 오후 1시~6시에 벌이는 서울 마포 ‘희망시장’(mapo.seoul.kr)에서는 재활용품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볼 수 있다. 또 매달 셋재주 금요일 부산시청 뒤((051)888-3641~5)와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대구
두류공원 안(inews.org/taegulove)에서도 나눔 장터가 열린다.
김소민 기자, 대구/ 구대선 기자, 부산/ 신동명 기자
prettys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