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일리스 서은영씨의 ‘트랜드 따라잡기’와 김경 월간지 <바자> 피처디렉터의 ‘타인의 취향’을 격주로 싣습니다. 서영은씨는 요즘 어떤 스타일이 왜 뜨는지에 대해 짚어줄 예정입니다. 김경씨는 개성있게 옷입는 사람들과 그들의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해 줍니다.
부채춤이라도 출 수 있을 정도로 폭이 매우 넓고 길이가 긴 치마(서클스커트)를 봄바람에 팔랑거리며 활보하는 여성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색깔도 초록, 분홍, 노랑 등 화려하다. 사실 필자도 지난 겨울 파리 컬렉션에 갔다가 일찌감치 산 서클스커트 자락을 날리며 거리를 걷고 있다는 점을 먼저 고백해야겠다.
‘보헤미안 룩’, ‘뉴 빈티지’. 이것이 이번 봄, 여름 뉴욕부터 파리까지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이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열쇗말이다. 구겨진 것 같은 면 소재, 영화 <엠마>의 주인공들 옷차림처럼 가슴 바로 밑에서 퍼지는 엠파이어 라인의 블라우스, 삼단 케이크처럼 여러단으로 만들어진 티어드 스커트, 엉겅퀴, 들국화같은 사랑스러운 프린트…. 이것들이 바로 올해 패션계를 강타한 해일이다.
길고 긴 불경기의 끝에서 패션계는 자연과 낙천주의를 찬미했던 풍요롭고 아름다운 히피 시대를 트렌드로 끌어 들였다. 더 이상 미니멀한 것도 싫고, 한때 열풍을 일으켰던 밀리터리 룩(군복풍 옷차림)은 보고 싶지도 않은 듯하다. 아름다움을, 자연을, 평화를 노래하던 시대를 그리워하며 프라다, 미쏘니, 팬디의 칼 라커펠트 등 많은 디자이너들은 그렇게 보헤미안 룩을 만들어 냈다.
뉴욕, 밀라노, 파리 컬렉션에 등장한 모델들은 1960년대 패션 아이콘들을 연상시켰다. 앞가르마로 머리를 길게 풀어 헤친 그들은 영락없이 존레논과 오노 요코, 제니스 조플린을 닮았다. 노래 잘 하고 옷 잘 입기로 소문난 자우림의 김윤아씨도 요즘 무지개색의 서클스커트를 입고 인디언 소녀 머리를 한 채 통기타를 메고 노래한다.
이런 히피 스타일의 옷 차림은 몸을 조이지 않도록 풍성하면서 만화주인공 캔디가 입을 듯한 퍼프 소매(뽕 소매)를 단 블라우스나 갖가지 꽃무늬가 프린트된 플레어 스커트 등으로 이뤄진다. 소재도 나일론같은 합성섬유보다는 자연스러운 면이 많다. 장신구는 금속보다는 터키석, 산호같은 원석이나 조개, 나뭇잎을 응용해 자연스럽게 디자인한다. 신발도 지푸라기로 만든 듯한 ‘에스퍼드릴(Espadrille)’라는 단화가 등장했다. 끈으로 발목을 묶어주는 스타일인 이런 신발은 하이힐과는 달리 편하다. 몸을 긴장시키기 보다는 편안하면서도 여성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만약 당신이 완벽한 히피 스타일을 연출하고 싶다면 통기타를 들고 조니 미첼의 노래라도 들어야 할 것이다.
서은영/스타일리스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