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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조리장 등 이름난 주방장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은 맛집을 매주 소개합니다.
청주 한씨 전통장맛 대물림
서울 타워호텔 조리팀에서 20여년 동안 잔뼈가 굵은 이종길 팀장은 ‘큰기와집’의 깊은 장맛에 반했다고 한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에 있는 큰기와집은 청주 한씨 양반가에서 전수되어 오던 음식을 재현해 8년째 선보이고 있다.
이 팀장은 “직접 장을 담그는 맛집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이곳에선 찌게 하나를 먹어도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며 “때때로 직업 의식이 발동해 이 곳 음식을 맛 보며 전통 음식과 서양 음식을 결합한 메뉴를 구상하기도 한다”고 칭찬했다.
서구화된 퓨전요리나 화학조미료 맛에 길들여진 젊은 세대들은 큰기와집의 요리에 끌리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갈하고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꽤 난 곳이다. 특히 입맛 까다로운 이들을 사로잡은 인기 메뉴는 청주 한씨 게장정식이다.
이 집 게장의 맛이 긴 여운을 남기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충남 서산에서 잡은 알을 밴 암게만 산 채로 급속 냉동해 일년 내내 쓴다는 것이다. 이 게를 7년 동안 숙성한 간장에 발효시킨다는 게 또 다른 비결이다. “대물림해온 깊은 장맛이야 말로 진정한 보약”이라는 주인 한영용씨의 고집스런 원칙에 따라 묵은 장 위에 새로 담근 장을 넣어 전통의 맛을 지킨다.
이곳 게장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때글때글한 알과 보드라운 내장이 붙은 딱지 속에 윤기 자르르한 밥을 넣고 비빈 다음 곁들여 나오는 김에 싸먹는 것이다. 심심하지도 짜지도 않고, 비릿하지도 텁텁하지도 않은 게장 맛이 김의 향과 어우러져 멋진 조합을 만들어 낸다. 맑은 간장이 스민 찰진 속살과 노란 알이 올려진 게장은 언제봐도 군침 돌게 한다. 게장 1인분 3만원. (02)722-9024.
문경옥 <푸드&레스토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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