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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발개진 가을…감 따러 단풍따러

등록 2005-10-12 21:33수정 2005-10-13 15:21

감나무로 덮인 경북 청도군 화양읍 심신리의 한 주택가. 서리가 내려 잎들이 떨어지고 주홍빛 감들만 남게 되면 풍경은 한층 불만해진다.
감나무로 덮인 경북 청도군 화양읍 심신리의 한 주택가. 서리가 내려 잎들이 떨어지고 주홍빛 감들만 남게 되면 풍경은 한층 불만해진다.
청도에 주렁주렁…팔 늘어나겠네

울타리마다 주홍빛 감들이 눈부시다. 그 위로 가을 하늘은 깊어간다. 가을볕 쬐는 돌담 옆으로 가지야 찢어져라 하고 늘어진 감나무들이 지천이다. 소싸움으로 이름높은, 물 맑고 산 푸른 고장인데 지금은 마을도 산자락도 길거리도 주렁주렁 감들로 덮여 있다.

상주·영동·논산·완주 등 이름난 감 마을이 많지만, 경북 청도는 전국 최고의 생산량을 자랑하면서도 이름은 별로 나지 않은 곳이다. 지난해 5000여 농가에서 경북 전체 생산량의 55%, 전국 생산량의 18.3%인 2만1117t의 감을 생산해, 군 단위 생산량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마을·산·길마다 홍시 탐스럽다
어? 이런 것도 있었네
감말랭이 감와인 아이스홍시
운문사 스님들도 감따러 갔나
나도 따다 어머니 드렸으면

운문사 뒤뜰에서 비구니 스님들이 감을 따고 있다.
운문사 뒤뜰에서 비구니 스님들이 감을 따고 있다.
대량으로 감을 생산하는 감나무밭말고도, 집마다 울타리 안에 감나무 한두 그루 세워 두지 않은 집이 드물 정도다. 최근엔 가로수로 심은 나무들에서도 감이 열려 가을 드라이브의 운치를 더해 준다.

감나무들이 가장 볼 만한 풍경을 만들어 내는 시기는, 잎들이 거의 떨어내리고 진홍빛 감들만이 가지 끝에 매달려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빛나고 있는 때다. 이 때는 감잎 한장 한장이 모두 노랑·주황·다갈색이 한데 어우러진 섬세한 추상화가 되어 가을빛을 내뿜는다. 감나무도 감나무 울타리도, 감을 따는 주민도 감을 노리는 까치도, 그리고 몇 안 남은 이파리들도 저마다 가을 한복판의 주인공이 되어, 깊고 진한 향기로 나그네의 발길을 빨아들이 때다. 아직은 이파리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이번 주말부터 이달말 사이 청도를 여행한다면 곳곳에서 이런 풍경들을 어렵잖게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청도에선 전국 유일의 감 와인 ‘감그린’이 생산된다.
청도에선 전국 유일의 감 와인 ‘감그린’이 생산된다.
최고 수령 4백여년짜리부터 1백년 안팎의 감나무들이 즐비한 전통의 감 마을 청도가 생산량에 비해 이름을 제대로 얻지 못한 것은 곶감을 거의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청도 반시(아래 위로 둥글납작한 감)로 불리는 청도 감은 97%가 다 익은 뒤에 따는 홍시로 생산된다. “습도가 높은 분지 지역이어서, 감에 수분이 많아 곶감 생산엔 알맞지 않다”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 해마다 감깎기나 줄에 꿰어 말리는 모습 등 곶감 만드는 과정이 신문·방송 등에 홍보되는 고장들에 비해 청도는 감 마을로서의 위상을 알릴 기회가 적었다는 주장이다.

청도 반시는 씨가 없는 것이 특징. 수분이 많고 부드러워, 그대로 먹기 딱 좋다. 그대로 먹는 홍시도 좋지만, 청도 여행길엔 감을 이용한 또다른 별미들이 기다린다. 감말랭이·감와인·아이스홍시가 그것이다. 운반이나 장기보관 등이 어려워, 대규모 유통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홍시의 단점을 장점으로 뒤바꾼 상품들이다.


감말랭이는 단감의 껍질을 벗긴 뒤 서너 조각으로 쪼개 말린 전통 간식거리다. 적당히 마른 감 조각의 졸깃한 육질이 통째로 말린 곶감과는 또다른 맛의 경지를 선사한다. 청도군은 4년 전 상품화에 앞서 주민 공모를 통해 상품 이름을 ‘감말랭이’로 정했다. 100여 농가에서 해마다 1000t의 감말랭이를 생산한다.

감 와인은 청도에서만 생산되는, 전국 유일의 감을 이용한 과일주다. 2년여의 노력 끝에 개발에 성공해, 지난해 5월부터 ‘감그린’이라는 상표를 달아 생산을 시작했다. 감 특유의 떫은맛과 단맛, 진한 향기가 어우러진 황금빛 ‘화이트 와인’이다. 뒷맛이 깔끔하고 숙취가 없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한국전통식품 선발대회에서 동상을 받아 맛과 향을 인정받았다. 냉장고에 얼려 뒀다가 꺼내 먹는 이른바 ‘아이스 홍시’도 홍시 유통과정의 문제를 해결한 상품이다. 살짝 녹여 썰어 먹거나, 숫가락으로 떠먹는 일종의 ‘감 아이스크림’이다.

감말랭이를 만드는 건조실.
감말랭이를 만드는 건조실.
청도엔 감나무 경치를 기본으로 하고 둘러볼 만한 볼거리들이 수두룩하다. 200여 비구니 학승들이 공부하고 있는 고찰 운문사는 청도 여행길에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과 만세루 등 웅장한 건축물들과 봄에 막걸리 12말을 뿌리에 부어주는 것으로 이름난 500년 된 소나무, 새벽과 저녁의 예불 모습 등이 인상적인 절이다. 주변엔 수행하는 인원만큼 쌀이 나왔다는 굴이 있는 사리암, 내원암 등 경치가 아름다운 부속 암자들이 있다.

운문사 들머리 부근에서 시작되는 운문호 드라이브도 즐겨볼 만하다. 기온이 떨어지는 날 아침이면 수면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산줄기들을 덮어가는 운해의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운문면 소재지에서 20번 국도를 타고 운문댐 지나 호숫가길을 2㎞쯤 가면 망향정이 있고, 부근에 경산쪽으로 이어지는 919번 지방도 갈림길이 있다. 이 길을 오르면 운문호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조선 숙종 때 만들어진, 아치형 석조물이 아름다운 얼음창고 석빙고, 조선시대 상류층 살림집의 특성을 살펴볼 수 있는 운강고택 등도 볼거리다.

청도/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산마다 팔랑팔랑…다홍치마 둘렀네

전국 산들이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면서, 단풍을 내세운 지역 축제들에도 불이 붙었다. 축제가 열리는 지역은 단풍이 볼 만한 이름난 산을 끼고 있게 마련이다. 축제 시기에 맞춰 이곳을 찾는다면 절정에 이른 단풍과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장성 백양 단풍축제=10월28~30일. 전남 장성 백암산의 백양사 주변은 아기 손바닥처럼 작은 이른바 ‘애기단풍’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30일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전국단풍등산대회가 백암산 정상 백학봉(일명 학바위)과 상왕봉 코스에서 열린다. 집단 타악기 공연, 민요·전통무용·마당극·줄타기 공연, 단풍 캐릭터 분장 경연대회 등이 열리고, 단풍엽서와 단풍책갈피 만들기, 단풍염색·단풍압화만들기 체험 등이 진행된다. (061)390-7221.

속리산 단풍축제=21~23일, 충북 보은 속리산국립공원 잔디공원과 야외 특설무대. 10월20일 이후 법주사 주변에서부터 정상 천왕봉에 이르기까지 단풍이 제철을 맞을 전망이다. 줄타기와 난타 공연, 벨리댄스 공연 등이 이어진다. 22일엔 충북알프스등반대회·단풍가요제 등이 열리고, 마지막날엔 1057(속리산 높이)명분의 산채비빔밥을 비벼 나눠먹는 행사를 한다. (043)540-3392.

금수산 감골 단풍축제=16일 하루, 단양군 적성면 상리 금수산 자락의 문예인촌. 본디 백암산이었으나 퇴계 이황이, 단풍이 비단에 수를 놓은 듯하다 하여 금수산으로 고쳐불렀다고 한다. 상리 주변엔 감나무가 많아 감골로 불린다. 산신제, 테마 단풍길 걷기, 여자 팔씨름대회, 감껍질 깎기, 감물들이기, 금수산 동동주 시음회 등이 열린다. (043)420-3608.

피아골 단풍축제=28~30일, 구례군 토지면 외곡리 피아골 들머리. 지리산의 골짜기중 가장 아름다운 단풍을 펼쳐보인다는 곳이다. 피아골산장 부근의 단풍이 특히 아름다운데 단풍빛, 물빛, 등산객 옷색깔이 어울려 이른바 ‘3홍’을 연출한다. 단풍길 걷기, 단풍제례, 단풍 사생대회, 중국 기예공연 등이 벌어진다. (061)780-2224.

뱀사골 단풍축제=30일 하루.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 뱀사골 야영장. 참나무류가 많아 붉은색과 노란색 단풍의 멋진 색상 대비가 이름난 곳이다. 산신제와 등반대회, 관광객 노래자랑 등이 진행된다. (063)620-6151.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여행정보(지역번호 054)=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경부 또는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북대구나들목에서 나와 신천대로, 30번 지방도를 이용해 청도로 간다. 동대구나 경산나들목에서 나가 25번 국도를 타고 가도 된다. 서울에서 고속철을 타면 동대구에서 무궁화호를 갈아타고 청도까지 갈 수 있다. 서울~동대구(3만4900원) 1시간36분, 동대구~청도(1400원) 26분. 1544-7788. 화양읍 삼신리에 용암온천이 있다. 용암온천관광호텔(371-5500)엔 각종 마사지풀과 아쿠아테라피 시설을 갖춘 대형 온천탕이 있다. 온천 앞 점백이칼국수(371-0133)에서 고디탕(다슬기탕·5000원)과 추어탕(〃), 해물손칼국수(3500원)를 낸다. 추어탕·고디탕은 청도역 앞 청도추어탕(371-5510)도 이름이 나 있다. 용암온천 뒤쪽에 한식·양식과 오리 요리를 내는 하늘정원(373-3334)이 있다. 감말랭이 두산농원 372-2428, 청도와인 371-1100, 감 천연염색공방 예던길따라 372-8314. 청도군청 문화관광과 (054)370-6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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