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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일반인에 개방된 양구 민통선안 숲길

등록 2005-10-19 16:17수정 2005-10-25 18:03

양구 수입천의 한 지류인 비아천 물길을 수놓은 단풍. 이른바 ‘피의 능선’으로 불리는 산줄기 아래쪽이다.
양구 수입천의 한 지류인 비아천 물길을 수놓은 단풍. 이른바 ‘피의 능선’으로 불리는 산줄기 아래쪽이다.
사람아 반갑다…닿는 발길마다 단풍 수놓았나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피의 능선. 휴전 직전까지도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동족간 혈투를 벌였던 곳이다. 양구군 동면과 방산면 민통선 안, 대우산 서쪽 산줄기 주변이다. 당시 초토화 되다시피했던 능선과 물길은 포연과 상처와 숱한 주검들을 끌어안고 50여년 세월을 흘러왔다. 지금 이곳 산길엔 붉디붉은 단풍잎들이 물소리 바람소리에 젖어 흐른다. 양구 민통선 안 산자락이 가을빛으로 덮였다. 깨끗하고 깊고 너른 두타연의 푸른 물빛도 아름답다.

양구군 방산면 고방산리 민통선에서부터 동면 월운리 민통선까지 이어진 18㎞ 비포장 산길. 2년전 양구군과 군의 협의로, 차량을 이용한 일반인 숲길 탐방이 제한적으로 허용된 곳이다. 탐방일 이틀 전까지 군청 문화관광과에 신청하면 문화유산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차량으로 숲길을 둘러볼 수 있다. 북녘땅 옛 양구군 수입면에서 흘러오는 수입천 물줄기와 함께 하는 여정이다.

군부대 초소를 통과하면, 숲 경치에 앞서 확 다가오는 것이 길을 따라 양쪽으로 쳐진 철조망이다. 그리고 철조망에 줄줄이 걸린 ‘지뢰’ 표지들이다. 한국전쟁 당시 뿌려진 지뢰들이 숱하게 묻혀 있는 곳이다. 길을 안내하던 문화해설사가 “사각형 표지는 ‘지뢰가 확실히 있는 지대’임을, 삼각형 표지는 ‘지뢰 유무가 확인되지 않은 지대’임을 뜻한다”고 설명해 준다.

고방산리∼월운리 18km 비포장길
붉은 단풍 흙길 위에 뚝뚝 떨구고
두타연 물길 푸르기만 한데
지뢰밭아, 상처 아직도 쓰라린가

벼가 누렇게 익은 논들이 흩어진 골짜기 풍경은 여느 시골 풍경과 다름없다. 민통선 밖의 주민들이 들어와 옛 땅을 일구며 이른바 ‘출입영농’을 하는 곳이다. 지뢰 표지판 옆으로 활짝 핀 쑥부쟁이 무리가, 쑥부쟁이 옆으로 칡덩굴 이파리들이 잠자리와 함께 흔들리며 가을 햇볕을 쬐는 곳이다.

을지전망대 오르는 길에 있는 ‘평화의 종’.
을지전망대 오르는 길에 있는 ‘평화의 종’.


지뢰 표지가 단풍잎처럼 익숙해질 무렵, 수입천 본류가 민통선 북쪽 문등리에 내려온 문등천과 몸을 섞는 이목교에 이른다. 다리 왼쪽 물길이 문등천이다. 상류쪽엔 분단 전 양구 군청소재지만한 큰 마을이었다는 문등리가 있다. 문등리 출신 실향민들은 해마다 지역축제인 양록제가 열리는 가을, 군부대의 협조 아래 산 위 군초소로 올라가 옛 마을을 내려다보며 고향 잃은 아픔을 달랜다.


이 산길을 대표하는 풍경은 역시 두타연이다. 수입천 본류가 이뤄낸 3단폭포와 그 밑의 널찍한 물웅덩이다. 고방산리 초소에서 6㎞ 남짓 거리의 지점, 건솔리 드렛골 부근이다. 두타(頭陀)란 산스크리트어(범어)를 음역한 말로, 의식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주민들은 이 소를 드렛소(드래소) 또는 용소로 불렀으나, 소 위쪽에 두타사가 있었던 데서 두타연이란 이름을 얻었다.

물길 쪽으로 내려서면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 검푸른 물웅덩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소 둘레가 50m에 이르는데, 물 건너편엔 커다란 동굴이 검은 입을 벌리고 있어, 더욱 신비감을 자아낸다. 입구 지름 10여m, 길이 20m의 굴이다. 깊이 10여m에 이른다는 두타연 물은 희귀어종 열목어의 국내 최대서식지답게 맑고 차다. 냉수성 토종 어종인 금강모치, 쉬리, 꺽지, 버들치 등도 이 물길의 주인들이다. 폭포는 아담한 3단폭인데, 소 위쪽 바위에서 내려다보면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윗골을 따라 굽이치는 물줄기가 제법 볼만하다.

수입천 물가의 철조망과 지뢰 표지.
수입천 물가의 철조망과 지뢰 표지.
두타연을 뒤로 하고 차로 잠시 오르면 널찍한 광장이 나온다. 양구 전적위령비와 한국전쟁 상황 안내판이 설치돼 있는 곳이다. 길 옆 철문 안쪽은 억새 듬성듬성한 평평한 지역인데, 이곳이 바로 조선 중기의 절 두타사 터로 추정되는 곳이다. 지금은 군사훈련장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이 평지는 두타연 위쪽 물길과 닿아 있다.

물길을 따라 산길을 더 가면 하야교 건너 양구 예비취수장 건물을 만난다. 드렛골로 불리는 지역으로 북녘에서 흘러온 수입물 지류와 남녘 비아천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자, 부산에서 시작돼 한반도 동부내륙을 거쳐 온 31번 국도가 금강산 쪽으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분단 전, 양구 주민들은 이 길을 걸어 수입면 장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의 집념(?)’(1975년)이란 글씨가 적힌 비석 옆의 물줄기를 따라 군사분계선에서 막힐 흙길이 물길을 따라 아스라히 사라진다. 여기서 32㎞만 가면 내금강. 물길과 산길 좌우로는 붉고 노란 단풍이 곱게 물들어, 더이상 갈 수 없는 나그네의 발길을 다독여 준다.

발길을 돌려 31번 국도를 따라 더 가면, 비아교가 걸린 비아천 물줄기 주변에서 볼만한 단풍 경치를 만날 수 있다. 신갈나무 등 활엽수들이 주종인 붉고 노란 단풍이다. 길은 비득재로 이어지고 고개 넘어 내려가면 동면 월운리 초소가 나온다. 여기까지 차로 쉬엄쉬엄 2시간. 출입은 고방산리와 월운리 초소 양쪽에서 모두 가능하다.

양구/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운 좋으면 구름바다를 만날 수 있으리

해안분지등 주변 볼거리

해안분지는 양구군 해안면, 민통선 부근에 있는 움푹 파인 모습의 타원형 지형이다. 23㎢ 넓이의 분지 전체가 해안면을 이룬다. 운석이 떨어져 분지가 형성됐다는 설과 차별침식작용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양구 해안면(펀치볼) 후리 주민들이 시래기를 말리고 있다.
양구 해안면(펀치볼) 후리 주민들이 시래기를 말리고 있다.


해안(亥安)이란 ‘돼지가 마을을 편안하게 했다’는 뜻이다. 습한 지역이어서인지, 옛날엔 뱀이 들끓었다고 한다. 한 도사가 ‘돼지를 많이 키우라’고 해 집마다 돼지를 길렀더니, (돼지가 잡아먹어) 뱀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양구읍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 453번 지방도로 우회전해 민통선 초소 지나 오른쪽의 대암산·도솔산과 왼쪽 대우산 사이 굽잇길을 오르면 돌산령 넘어 해안분지로 내려갈 수 있다. 일교차가 큰 날 이른아침 운좋으면 돌산령에서 내려가면서, 분지에 가득찬 구름바다를 만날 수도 있다. 마치 그릇에 아이스크림이 담긴 듯한 모습이다. 지금은 아이스크림은 아니더라도, 산자락으로 붉게 타들어가는 단풍은 감상할 수 있다.

요즘 해안면 후리로 가면, 무는 잘라내고 무청만을 한데 모아 대규모로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통일고랭지채소영농조합’(033-481-8850)에서 운영하는 시래기 공장이다. 45~60일 정도 자연건조시켜 포장한 뒤 농협 하나로마트를 통해 판매한다. 겨울 농가 소득을 올리기 위해 소규모로 시작한 것이, 이젠 ‘대암산 시래기’ 상표로 이름을 얻었다. 연간 약 30t 가량의 시래기를 생산한다. 해안면의 농지중 3분의1이 무밭이다.

양구 통일관(해안면 후리)에 신청하면 당일 을지전망대·제4땅굴 등 견학을 할 수 있다. 남방한계선 철책선에 만들어진 을지전망대(1049m)에 오르면 비무장지대의 군사분계선과 북방한계선, 그 너머로 펼쳐진 산줄기와 밭들과 북한군 초소와 대형 탑들을 둘러볼 수 있다. 단풍이 번져가는 가을 산들이 아름답다. 멀리 금강산 자락도 눈에 잡힌다. 대형 망원경이 여러개 설치돼 있다. 주차료 2000원, 입장료 2500원. 10월까지는 오후 4시 전에, 11~2월엔 오후 3시 전까지 견학 신청을 해야 한다. (033)480-2674.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여행정보(지역번호 033)=서울에서 양평, 홍천 거치는 44번 국도를 타고 가다 인제군 신남에서 양구 팻말 보고 좌회전해 양구로 간다. 경춘국도(46번 국도)로 춘천 지나 양구 방향 팻말 보고 소양호 북쪽 호안길을 따라 가도 된다. 두타연 산길 탐방은 탐방 이틀 전에 양구군청 문화관광과에 신청한 뒤 당일 아침 9시에 양구읍 명품관에 모여, 서약·준수사항교육 등을 하고 문화유산 해설사의 안내로 함께 출발한다. 개별 승용차를 이용해 따라가도 된다. 산길 걷기는 군의 공식행사 때말고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두타연, 양구전적위령비, 금강산 갈림길 등 서너곳에서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입장료 2000원, 초등생과 30인 이상 단체는 1인 1300원, 65살 이상은 무료. 월요일엔 양구군의 모든 관광지가 문을 닫고 쉰다. 양구읍 학조리의 양구재래식손두부(482-4475)는 매일 직접 양구산 콩을 갈아 만든 두부 요리를 내는 집이다. 두부전골·두부구이·순두부·청국장 등이 4000~5000원선. 양구읍 상리엔 시래기해장국을 내는 풍년집(481-6050)이 있고, 해안면 현리엔 산나물과 더덕구이백반(1만원)을 내는 남원식당(481-0804)이 있다. 양구읍에 여관·모텔들이 많다. 하리엔 지난해 문을 연 케이시피(KCP)호텔(482-7700)이 있다. 50개의 객실과 한·양식당, 바, 커피숍 등을 갖췄다. 평일(일~금 숙박) 할인가 6만9000원. 양구군청 문화관광과 480-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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