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가지 천연양념의 궁중 한정식 ‘혀 위의 궁궐’
“매일 한식을 먹고 있지만 한번쯤 근사하게 차려진 궁중 밥상을 받고 나면 한국 음식의 새로운 면모에 매료됩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한미리’를 좋아하는 박병학 조리명장(신흥대학 호텔관광계열 호텔조리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정성 들여 만든 궁중한정식을 현대적인 감각을 살려 접시에 담아내는 곳”이라며 “코스로 구성된 한식을 오래 음미하면서 먹을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라고 칭찬했다.
이 집에 들어서면 인원 수에 따라 오붓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알맞은 방으로 안내해 준다. 먼저 민화를 소재로 삼은 고운 식탁보와 방석,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꽃 장식이 시선을 잡아 끈다. “은은한 한국적인 감각을 살리려고 따로 만든 것”이라고 이곳의 박지영 실장은 설명했다.
궁중 정찬을 주문하면 먼저 호박죽과 물김치, 탕평채, 냉채, 샐러드가 입맛을 돋우기 시작한다. 정갈한 음식이 담긴 그릇 하나 하나에도 세심한 정성과 감각이 살아있다. 예부터 궁중의 반상기로 귀하게 쓰였던 방짜유기와 이천에서 특별히 주문해 만든 우리 그릇으로 한식의 멋을 한껏 살렸다. 이어 구절판, 산적, 생선회, 궁중신선로, 육회, 대하찜, 전유화, 자연송이 구이, 식사 순으로 총 16가지 음식이 나온다. 어느 하나 소홀함 없이 맛깔스럽다. 두텁떡과 식혜로 코스요리를 마무리한다. 모든 음식의 끝 맛은 부드러운 단맛으로 마무리되는데 이곳의 허성수 조리팀장은 “화학조미료가 아닌 서른여덟 가지 천연양념으로 은은한 맛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레스토랑으로 꼽힌다는 이 집은 외국인 고객에게 한국의 미감을 담아낸 기념품도 제공한다. 한미리 정식 4만7천원, 궁중 정찬 5만7천원이며 세금(10%)은 별도로 부과된다. (02)569-7165.
문경옥 월간<푸드&레스토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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