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2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외곽 브란덴부르크주 그뤼네하이데에 건설한 기가팩토리 개장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뤼네하이데/AP 연합뉴스
미국 테슬라가 중국에 이어 독일에 두 번째 해외 생산기지 구축을 완료하면서 전 세계 전기차 3대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유럽·중국에 모두 현지 생산공장을 마련하게 됐다.
테슬라는 22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외곽 브란덴부르크주 그뤼네하이데에 완공된 기가팩토리 준공식을 열고 첫 생산된 테슬라 모델 와이(Y) 30대를 고객에게 인도했다. 독일 정부의 공식 준공 인가를 받은 지 2주 만이고, 착공 기준으로는 2년여만이다. 이날 행사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참석했다.
머스크는 “모델Y로 시작하지만 흥미로운 다른 모델들 또한 이곳에서 양산하겠다. (이 공장은) 재생에너지로 이행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풀셀프드라이빙’(FSD)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럽에서 2∼3달 내에 규제 당국과 협의를 마치고 올해 말 도입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장은 연간 5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델Y를 매주 5천대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가동을 시작했다. 공장에서는 현재 3500명이 근무 중이고, 이후 1만2천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테슬라 독일 공장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라고 평가했다.
베를린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테슬라 모델Y 차량을 인도 받은 고객이 행사장에서 운전하고 있다. 그뤼네하이데/AP 연합뉴스
테슬라는 유럽이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베를린에 기가팩토리를 건설했다. 유럽연합 규제에 따라 2035년부터 현지 시장에서는 친환경차량만 판매 할 수 있다. 전기차 구매력과 인프라를 모두 갖춘 덕에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아직 저가형 모델이 주류인 점도 테슬라에겐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팀장은 “유럽 시장 자체는 아직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BEV) 차량이나 르노 조에와 같은 소형 전기차가 많다. 테슬라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면 유럽 고객들이 생각하는 전기차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2008년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내놓으면서 전기차에 대한 인식을 뒤바꿔놓은 장본인이다. 그 전까지 전기차라고 하면 주로 골프 카트, 소형 트럭 등을 떠올렸다. 현재 테슬라의 유럽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13%로, 폴스크바겐(25%)에 뒤처지고 있다.
독일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비유럽권 고객들이 테슬라 차량을 좀 더 빠르게 건네받을 길도 열렸다. 그간 유럽 판매분은 모두 중국과 미국에서 제작한 차량이었다. 특히 공장 건설로 야생동물과 물 공급 등 지역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독일 당국의 준공 인가가 늦어지면서 물류난에 따른 비용 상승 부담이 커지던 상황이었다. 지난해 테슬라는 유럽에서 17만대를 판매했다. 이 물량이 다른 시장으로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판매량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테슬라의 진격에 맞서 일부 전통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전용 공장 건립에 뛰어들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이미 연 3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독일 츠비카우 공장을 전기차 전용 생산시설로 전환했다. 지엠도 지난해 11월 미국 디트로이트 햄트래믹 공장의 전기차 전용 생산시설 전환을 완료했다. 두 회사가 과감한 투자에 나선 건 전기차 생산을 위한 최적의 자동화 공정을 도입하기 위해서다. 테슬라는 독일 공장에 신공법을 도입해 차량 1대당 생산 투입시간을 10시간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업체들의 1대당 생산 투입시간은 20∼30시간 수준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수출용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을 생산하는 모습. 현대차·기아 제공
다만,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은 아직 투자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해서다. 폴크스바겐의 츠비카우 공장과 지엠의 디트로이트 햄트래믹 공장에는 각각 12억유로(1조6천억원)와 22억달러(2조6800억원)가 투입됐다. 또 다른 고민도 있다. 기존 인력의 전환 문제다.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의 차두원 소장은 “테슬라는 전기차로 시작했기 때문에 전환비용 자체가 필요 없지만,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은 인력을 전환하려면 교육문제, 노사문제, 구조조정 문제가 따라온다.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노동조합 이덕화 홍보부장은 “전기차는 부품이 이미 조립돼서 (공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많다. 1개 생산 라인을 전기차 전용으로 바꾸면 작업자와 협력사 인력을 포함해 100명 이상의 인력이 줄게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 2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2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을 검토하겠다고만 간략하게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당장 전기차 전용공장을 만들기보단 단계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울산 1공장의 라인 한 곳을 전기차 전용으로 운영하고 있다. 코나 일렉트릭(수출용)과 아이오닉5를 생산한다. 나머지 라인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함께 생산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현대차는 전기차 판매량 추이를 보며 유럽과 미국 공장 라인 하나씩을 바꿔가는 식으로 대처하다가, 전기차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전환하거나 신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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