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첫 준중형 순수전기 세단 i4 eDrive40의 전면부 모습.
“영화음악은 영상이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전달할 수 있어요.”
<다크나이트>, <캐리비안의 해적> 등 140여편에 달하는 영화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한스 짐머’의 말이다. 그는 2019년부터 베엠베(MBW) 전기차의 주행음을 작곡해오고 있다. 영화음악의 거장이 만든 전기차 주행음은 운전자에게 무엇을 전달해줄까.
지난 3월29일 BMW의 첫 준중형 순수전기 세단 ‘아이(i)4 이드라이브(eDrive)40’를 시승했다. 인천 BMW 드라이빙센터를 출발해 강화도의 한 카페를 찍고 돌아오는 코스였다. 한스 짐머가 작곡한 주행음을 들어보려면 ‘아이코닉 사운트 일렉트릭’을 활성화 해야한다. BMW 특유의 커브드(곡선)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이 기능을 활성화 할 수 있다. 엑셀 패달을 밟자 ‘우-웅’하는 소리가 차체를 감쌌다. 낮은 속력에서도 마치 고속으로 달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내연기관 엔진음을 부드럽고 신비한 느낌이 들도록 변주한 듯했다. 엑셀 패달을 깊이 밟을수록 엔진 RPM 소리가 커지듯, i4의 주행음도 속도가 올라갈 때마다 커졌다. BMW는 향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한스 짐머가 작곡한 새로운 주행음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i4 eDrive40의 커브드 디스플레이의 모습. 12.3인치 인스트루먼스 디스플레이와 14.9인치의 컨트롤 디스플레이가 연결돼있다.
주행은 만족스러웠다. 전기차 답게 엑셀을 밟는 순간 힘있게 치고 나간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1개의 전기모터가 탑재된 후륜구동 모델로, 최고출력은 340마력이다. 시속 100㎞까지 5.7초만에 가속한다. 고속 주행 시에도 안정감이 느껴졌고 승차감도 부드러웠다. 2t이 넘는 중량이지만 시속 40∼50㎞에서도 방지턱을 부드럽게 넘어갔다. 차량 전면 유리에 주행과 내비게이션 정보를 띄워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편안한 운전을 도왔다.
BMW코리아는 시승에 앞서 진행된 설명회에서 ‘적응형 회생제동’ 기능을 강조했다. 인공지능이 차량 주변 상황을 판단해 회생 제동 여부를 스스로 적용하는 기술이다. 회생제동은 전기차가 감속할 때 발생하는 제동력을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장치다. 회생제동이 작동할 경우 엑셀에서 발을 떼기만해도 제동이 걸린다. 전방에 차량이 있을 땐 회생제동이 걸려서 엑셀에서 발을 떼면 알아서 속도를 줄여주고, 그렇지 않을 땐 내연기관 주행과 같이 엑셀에서 발을 떼도 제동감 없이 부드럽게 나아간다는 의미다.
시승을 하면서 이 기능이 어떤 상황에서 작동되는지 확인해보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정확히 어떤 조건에서 회생제동이 작동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공지능라는 말만 믿고 엑셀에서 발을 떼기가 어려웠다. 기착지로 향하는 강화도의 편도 1차선 도로에서 다른 차량의 꼬리를 물고 저속 주행할 때가 돼서야 직접 느껴볼 수 있었다. 체감상 앞차량과 4∼5m 정도 가까워졌을 때 작동했다. 내리막 길에서도 엑셀에서 발을 떼면 약간의 제동감이 느껴지면서 2∼3㎞/h씩 속도가 줄었다. 운전자가 감을 잡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i4 eDrive40의 뒷좌석 및 트렁크의 모습.
이 차량에는 삼성SDI가 만든 총용량 83.9㎾h(실제충전 가능용량 80.7㎾h) 배터리가 탑재됐다. 완충 시 주행가능거리는 429㎞다. 고속충전기(최대 205㎾)로 약 10분 충전하면 164㎞를 주행할 수 있다. 가격은 6650만∼7310만원으로, 지역에 따라 최대 58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이날 완성차 업계의 화두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시승 차량 모두 운전석과 보조석을 수동으로 조절해야 했다. BMW 관계자는 “현재까지 사전예약으로 약 3700여가 판매됐는데 그 중 150대에 전동시트가 빠졌다. 2분기부터 판매되는 차량에는 반도체 수급이 완료돼 모두 전동 시트가 탑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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