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를 달리는 아이오닉5. 현대자동차 제공
“2023년형 가격 인상으로 계약 유지·취소 투표 해볼까요?”
지난달 한 전기차 동호회 카페에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현대자동차가 2023년형 아이오닉5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430만원(개별소비세 3.5% 인하 기준) 올렸다. 대신 배터리 용량을 4.8㎾h 늘리고, 하이패스 시스템과 레인 센서를 추가했다. 2022년형을 기대하며 약 5200만원에 차량을 주문한 소비자들이 돈을 더 내고 2023년형을 구매할지, 계약을 포기할지를 투표에 부친 것이다. 총 투표자 365명 가운데 37.8%(138명)가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답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연식변경을 이유로 옵션을 한두 가지 추가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새 차 출고가 길게는 1년 반까지 늦어지면서 차량을 계약한 소비자들이 연식변경에 따른 추가금을 내야 해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동호회 카페에 올라온 투표글. 카페글 갈무리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동차위원회는 22일 보도자료를 내어 “현대자동차·기아의 신차 가격이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다”며 “완전변경뿐만 아니라 연식변경 차량의 가격도 치솟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연식변경 모델은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상 폭을 최소화해온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불필요한 가격 인상을 방지하고,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데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회사는 반도체 수급난, 원자재 가격 상승 탓에 자동차 시장이 공급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틈을 타 앞다퉈 차량 가격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1분기 내수 승용차 평균 판매가는 4200만1천원이다. 이는 재작년 평균가 3823만7250원에 비해 9.8% 증가한 수치다.
자동차 회사들은 옵션을 추가하며 가격을 올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기아 쏘렌토는 연식변경 후 2가지 옵션(1열 유리창 차음 글라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을 추가했다는 이유로 가격을 89만원 인상했다. 이런 식으로 투싼 차값은 231만원, 기아 케이(K)5는 39만원 올랐다.
연식변경을 통한 차량 가격 상승은 기존 계약자(연식변경 전 계약자)에게 피해가 간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출고 대기 중 차량 연식이 바뀌면, 추가금을 내며 원하지도 않는 옵션을 울며 겨자 먹기로 인수해야 한다”며 “카플레이션 현상을 빌미로 차량 가격만 올릴 것이 아니라, 옵션 선택 폭의 확대, 불필요한 옵션 강매 금지 등으로 소비자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쪽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과 공급망의 불안전성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고객 편의사양을 대폭 향상해 상품성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상 폭 최소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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