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2일부터 국내에서 구매 사전예약을 받고 있는 전기차 아이오닉6. 현대차 제공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담당 기자가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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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과시키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기차 보조금 등에 3700억 달러(496조원)를 투입하는 게 이 법의 주요 내용인데요. 여기에 ‘북미에서 만든 전기차만 대상이 된다’ 등의 조건이 걸리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1005만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이에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이 법에 숨은 맥락은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The 1] 이번 법 시행으로 미국에서 보조금 대상 전기차가 얼마나 줄어드는 건가요?
안태호 기자: 이번에 조건이 총 3가지가 붙었는데요. 첫째, 북미에서 만들어야 하고요. 둘째, 배터리 부품의 50% 이상은 북미산이어야 합니다. 셋째, 배터리에 사용된 광물이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40% 이상 조달돼야 해요. 첫 번째 조건은 올해부터 바로 적용되고, 나머지는 내년부터인데요. 올해
70여대의 지원 대상이 21대로 줄어듭니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10가지(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에서 ‘제로’가 되고요. 현대차의 전기차는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고 있거든요.
[The 2] 올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테슬라에 이어 2위였는데, 타격이 크겠어요. 유예하거나 비껴갈 방법은 없는 건가요?
안태호 기자: 일단 ‘북미 내 생산’은 이미 시행돼 어쩔 수 없고요. 배터리 부품, 광물 출처의 경우 올 연말까지 미국 재무부 장관이 구체적 내용을 결정할 예정이거든요.
세부 조건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걸로 보여요. 예컨대 광물을 캐는 걸 기준으로 할지, 제련을 기준으로 할지 등…. 아직 애매한 게 많거든요. 이를 정할 때 우리 전기차, 배터리 업체에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정부가 협상을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연설 중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The 3] 현대차 분위기는 어떤가요?
안태호 기자: 사실 불과 석 달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정의선 회장이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설립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는데요. 하지만 사업에는 언제나 많은 변수가 있는 만큼 항상 최악의 수까지 검토해서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해왔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입니다. 일단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의 착공, 완공 시기를 당겨 조금 더 빨리 조건에 맞추겠다고 하고요. 현지 할인 프로모션 등 마케팅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죠. 현대차의 내연기관 차 공장은 미국에 몇 곳 있거든요? 거기서 전기차를 ‘혼류 생산’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The 4] 그렇군요. 그런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중국이 꽉 잡고 있다던데요? 중국산 부품이나 광물을 벗어날 수 있는 건가요?
안태호 기자: 어렵죠. 에스엔이(SNE)리서치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80개 나라 전기차의 배터리 총량 중 중국
시에이티엘(CATL)의 공급량이 34.8%로 1위였어요. 10위 안에 중국 기업만 6개나 되고요. 배터리 소재 광물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큰데요.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제련 시설이 다수 중국에 있습니다. 이번 법이
중국의 전기차 시장 지배력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그래서 나오는데요. 바로 중국을 벗어나 미국이 제시한 조건을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그건 미국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기준 충족을 위해 계속 바꿔가겠지만, 당장에는 위에서 언급한 ‘디테일 협상’을 통해 대응에 여지가 생길 것이란 예상이 나와요.
[The 5] 이번 조처로 혹시 수혜를 입을 국내 기업은 없나요?
안태호 기자: 있습니다. 미국이 이번에 신재생 에너지 쪽에 세제 혜택을 많이 주기로 했거든요.
한화 큐셀이나 OCI 등 태양광 기업들은 기대감이 큽니다. 풍력 발전 업체들도 마찬가지고요.
엘지(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에는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데요. 중국산 광물을 많이 쓰고 있어 당장엔 악재지만, 이번 기회에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더 서두를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고요. 동시에 중국 배터리 기업이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자연스럽게 배제가 되는 거잖아요? 호재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