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충주 호암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에스엠(SM)3 전기차가 충전 중 불이 난 모습. 충주소방서 제공
대형 화재를 유발할 가능성이 큰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 발생 방지를 위해 1회 완충 비율을 85%로 제한하고 지상 충전소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9일 보도자료를 내어 “지하주차장은 폐쇄적이고 차량이 밀집돼 있어 2차 화재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점유율이 늘면서 주차장 내 충전소 보급률도 증가하는 만큼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는 화재가 발생하면 최소 2시간 이상 지속한다. 물로는 진화할 수 없어 배터리가 다 타버릴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배터리 팩이 손상되면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800℃ 이상 치솟으며 불이 번지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방청이 발표한 관련 통계를 보면, 주차장에서 충전하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건수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 29건으로 전체 화재 건수(79건)의 36.7%였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좁은 공간에 차들이 빽빽이 주차돼 2차 사고 등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고, 환기가 잘 안 돼 인화성 유독가스가 가득 차면 2차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지하주차장 특성상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화재진압을 위한 이동식 수조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기차 화재에는 배터리를 물속에 잠기게 해 냉각시키는 이동식 수조가 필수적이다.
2022년 9월 경북 안동시 경북소방학교 훈련장에서 전기자동차 화재 때 진압기법을 연구하기 위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전 설비’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다. 친환경차 개발·보급에 중점을 준 ‘친환경자동차법’과 ‘소방법’ ‘지하구 화재안전기준’ 등에 화재·안전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단기적으로는 1회 충전 주행거리에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완충 비율을 85% 내외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 화재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완충한 채로 오래 두면 배터리 온도가 올라가 고전압시스템 회로가 망가지거나 과열로 화재를 유발할 수 있어서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지상 및 지하주차장 입구와 가까운 곳에만 충전소를 설치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하고 지하 내 전기차 충전설비 설치에 대한 화재 안전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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