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차·기아 대리점의 아이오닉 차량. AFP/연합뉴스
현대차와 기아가 베엠베(BMW)·제너럴모터스(GM)·혼다·메르세데스-벤츠·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북미 전역에 충전기 설치를 위해 합작 회사를 만든다. ‘복합 충전 시스템’(CCS)과 테슬라 차량이 이용하는 ‘낙스’(NACS) 커넥터를 모두 제공한다.
이 회사들은 26일(현지시각) “최소 3만개의 충전소를 설치한다. 2024년 여름 첫 충전소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충전소마다 설치되는 고출력 직류 충전기는 재생가능에너지만 사용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 회사들이 최소 10억 달러(1조275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 완성차 업체 포드와 지엠 등은 업계 1위 테슬라의 전용 충전소(슈퍼차저)를 이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충전기 시장에 합종연횡이 일어나는 까닭은 미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미 정부는 전기차 충전기 네트워크 구축에 75억달러(약 9조8천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어느 전기차든 충전이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가장 앞서 전기차 보급에 나선 테슬라는 미국 고속 충전소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충전 동맹 결성으로 현대차·기아는 ‘800볼트’의 이점을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포르쉐와 현대차는 800볼트 고전압을 이용해 빠르게 충전이 가능한데 이보다 낮은 500볼트 전압을 활용하는 테슬라 충전소를 공유하면 ‘빠른 충전’의 장점이 사라지는 문제가 생긴다. 충전 방식을 바꿀 경우 추가 비용이 드는 문제도 있었다.
이 때문에 다른 충전 방식을 하나의 충전기에서 구현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인지 우려가 남아있다. 800V 충전을 감당할 수 있는 제조사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나의 충전기에 충전 포트를 다양하게 하는 식으로 테슬라 차량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다만 충전 전압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스펙은 7개사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고출력 충전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우리는) 다른 주주들과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미래 운전자들에 대한 충전 접근성과 편의성을 증가시키고 북미 전역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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