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23 국제 모터쇼 기간 동안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 부스를 사람들이 방문한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국산 전기차가 늘어나고 있다. 케이지(KG)모빌리티(옛 쌍용차)의 중형 스포츠실용차(SUV) 토레스 이브이엑스(EVX)에 이어 기아의 경차 레이 이브이(EV), 준중형 스포츠실용차 이브이(EV)5가 출시되거나 출시될 예정이다. 중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이 만드는 삼원계(NCM) 배터리 보다 주행 거리는 짧지만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지 주목된다.
케이지모빌리티는 21일 서울 중구 케이지빌딩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토레스 이브이엑스의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가격이 4750만원(E5 모델)인 이 차량은 정부 보조금 등을 받을 경우 3천만원 후반으로 구입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는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해 값이 5천만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채택해 가격을 낮춘 것이다.
곽재선 케이지모빌리티 회장은 이날 “토레스 이브이엑스가 중국산 배터리를 쓴다고 우리가 중국산 배터리만 쓴다고 단정 짓지는 말아야 한다. 차종마다 그때그때 최적의 조건을 찾아 선택한다”며 “중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화재 안전성, 주행거리, 가격 면에서 우리 입장에서는 최적”이라고 했다.
이날 기아가 출시한 경차 레이 이브이도 중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했다. 전기차이지만 보조금을 고려한 실구매 가격을 2천만원대 초반으로 낮췄다. 1800만원 정도인 레이 내연기관 모델 가격과 비교해 차이가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앞서 테슬라도 중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 와이(Y)를 국내에 들여왔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해 들여온 기존 모델 와이보다 가격을 2000만원 가량 낮췄다.
전기차 시장이 가격인하 경쟁으로 불붙으면서 저가차 위주로 주로 탑재되던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삼원계 배터리 중심이었던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도 최근 들어 리튬인산철 배터리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삼성 에스디아이(SDI)는 이달초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망간을 넣은 배터리(LMFP)를 독일 뮌헨 모빌리티쇼에서 발표했다. 단점으로 꼽힌 낮은 에너지 밀도를 개선하는 등 차별화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내놓은 것이다. 엘지(LG)에너지솔루션과 에스케이(SK)온은 삼원계 배터리에서 광물 비율을 조정해 가격을 낮춘 제품(망간리치 등)을 생산해 대응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보급형으로 출발했지만 프리미엄급 등에서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이에 대적하기 위한 새로운 배터리를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시에이티엘(CATL)이 개발한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1회 충전으로 700㎞까지 운행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아직은 말 뿐이다. (보다 고성능이 필요한 모델도 있어) 모든 전기차 라인업이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양극재 가격이 삼원계 배터리 대비 30~50% 수준으로 낮지만 기술적으로 동등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확산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