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포스코그룹 본사. 포스코홀딩스 제공
포스코홀딩스 최고경영자(CEO·시이오)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28일 최고경영자(CEO·시이오) 선출 과정에 개입하는 발언을 내놓자, 하루 사이에 두 차례나 “공정성을 제고하고” “편향됨이 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후추위를 꾸려 시이오 선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흔드는 이른바 ‘외풍’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포스코 시이오 후추위는 29일 오후 5시께 3차 회의를 개최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후추위는 “오늘 회의에서 회장 후보군 발굴과 관련해 상법상 주주제안 기준을 준용하여 포스코홀딩스 지분 0.5% 이상 보유 주주를 대상으로 공문을 발송하고 주주 추천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내외 서치펌 10곳을 선정해 후보들의 지원을 받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후추위가 주주 추천 절차를 시작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전날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은 28일 “인선단계부터 후보 추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주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확보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가 새 지배구조개선 내용을 밝히고 회장 선출 절차에 들어간 뒤에 나온 김 이사장의 언급은, 사실상 후추위가 진행하는 절차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해석됐으며, 김 이사장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후추위가 국민연금 쪽에 이사장의 구두 개입 대신 “0.5% 이상 보유 주주”로서 회장을 정식으로 추천하라고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9일 기준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보유하고 있다. 후추위는 이날 “포스코의 미래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어느 누구에게도 편향됨이 없이 냉정하고 엄중하게 심사에 임할 것”을 거듭 밝혔다.
앞서 박희재 포스코 시이오 후추위원장(서울대 공과대학 교수)은 29일 새벽 1시께 입장문을 내어 “후추위는 지난 19일 발표한 신 지배구조 관련 규정에 정한 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차기 회장 심사절차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이사장의 발언이 알려진 뒤 불과 5~6시간 뒤인 야심한 시각에 공개 반박한 셈이다. 박 위원장은 “만약 현 (최정우) 회장이 3연임을 위해 지원한다면 그건 개인의 자유”라면서 “후추위는 현 회장의 지원 여부에 전혀 관계없이 오직 포스코의 미래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어느 누구에게도 편향 없이 냉정하고 엄중하게 심사에 임할 것”라고 말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연금이) 대주주로서 발언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주주를 대신해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아니고 회장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인데 이를 투명하게 하라고 요구·발언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발언으로 볼 소지가 있다. 시장과 선임 절차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대부분의 지분을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의견을 내려면,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 역시 공식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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