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자중해야 하는 시기에, 도의적으로 옳지 못한 선택을 했다.”
폭스바겐코리아가 환경부의 판매중단 명령이 내려지기 직전 팔다 남은 배출가스 조작 차량 466대를 스스로 사들여 등록까지 마쳤다는 소식에, 이름을 밝히길 꺼린 수입차 업체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코리아가 손해를 줄이기 위해 ‘셀프 구매’를 강행한 한 것이라는 따가운 시선이 많다. 실험용 차량으로 기부한다면, 굳이 비용을 들여 등록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꼼수’에도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11월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판매 1위를 차지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11월 신규 등록(판매) 차량은 스스로 구매한 466대를 포함해 총 4517대로, 10월과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보다 각각 377%, 65.6% 늘었다. 모든 차종에 대한 할인 및 최장 60개월 무이자 할부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한 여파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영국·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폴크스바겐 차량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영국에서 11월 폴크스바겐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20% 감소한 1만2958대로 집계됐다. 11월 미국 시장에서는 지난해 11월 판매량과 비교해 25% 줄어든 2만3882대를 파는 데 그쳤고, 일본에서의 판매량도 지난해에 견줘 31.8% 감소했다
이런 결과를 두고 배출가스 규제 등 환경 문제에 대해 정부가 더 강력한 감시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수입차 업체 임원은“소비자는 안전과 연비에 민감하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배출가스 문제는 정부가 일일이 간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10월 ‘눈속임’소프트웨어가 든 재고차 466대 판매를 중단한다면서도, 수리 뒤 판매하게 해달라고 환경부에 요청한다. 이에 환경부는 ‘불가’ 방침을 전했으며, 회사가 스스로 살 줄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팔지 않겠다’는 확답이 담긴 문서를 받은 바는 없다고 했다. 환경부 조처가 시의적절했는지도 아쉬움이 남는다.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이 ‘눈속임’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허용치 이상으로 뿜어내는 12만5천여대를 국내 시장에 판매한 데 대해 지금까지 이루어진 ‘실질적’ 행정조처는 리콜 명령과 141억원의 과징금 부과가 전부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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