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27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 잠정합의했다. 이 회사 노사가 쟁의 없이 교섭을 마무리 짓기는 8년 만이다. 이번 타결로 경제적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매년 되풀이돼온 파업과 생산 차질로 인한 최대 6천억원의 영업손실을 피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추산이 나왔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자정무렵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22차 교섭에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는 대의원과 조합원 설명회를 거쳐 다음달 2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벌일 예정이다.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임금(기본급) 4만원 인상, 성과급 150%+30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이다. 노사는 또 7년 간 끌어온 임금체계 개편에도 합의했다. 현재 두 달에 한 번씩 나눠주는 상여금 일부(기본급의 600%)를 매달 나눠 통상임금에 포함해 지급한다는 게 핵심이다.
노사가 올해 교섭에서 쟁의 없이 잠정합의에 이르게 된 것은 한-일 경제 갈등과 세계적인 보호무역 확산 등에 따른 위기에 노사가 공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사는 특히 부품 협력사가 겪는 어려움을 인식하고 ‘상생협력을 통한 자동차산업 발전 노사 공동선언문’도 채택했다. 노조는 “한반도 정세와 경제상황, 자동차산업 전반을 심사숙고했다.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결정 대응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에 따른 한일 경제전쟁이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시점도 잠정합의에 이르게 한 요소였다”고 했다. 회사 쪽도 “불확실한 경영환경, 급변하는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속에서 위기 극복과 미래 생존을 위한 합의안 마련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크게 반응했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 오른 12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케이비(KB)증권은 현대차가 8년 만의 무쟁의 임·단협 잠정합의로 시가총액 대비 1.2~2.0% 수준의 영업이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성진 케이비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을 피해 얻을 수 있는 영업이익 규모를 3838억~6342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현대차의 우선주 포함 시가총액의 1.2~2.0% 규모다. 케이비증권 집계를 보면, 1987~2018년 현대차의 연평균 파업 일수는 14일, 연평균 생산 차질 대수는 4만8911대였고 최근 3년간은 연평균 파업 일수가 17일, 생산 차질 대수는 8만829대였다. 강 연구원은 “이번 무분규 합의에 따른 현대차의 금전적 이익 외에도 주변 정세를 고려해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는 노조 쪽의 유연한 태도에 주목할 만하다”라고 평가했다.
홍대선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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