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의 모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세계 주요 지역에서 사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미국 공장 3곳을 폐쇄한 데 이어 인도와 타이,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서 잇따라 공장을 닫거나 철수를 결정했다. 이번 조처로 지엠의 글로벌 사업 재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지난 2018년 군산공장 폐쇄를 겪은 한국지엠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27일 자동차 업계와 전문가들 말을 종합하면, 최근 지엠의 사업 구조조정 움직임을 두고선 두 가지 상반된 견해가 존재한다. 첫째는 글로벌 사업 재편 계획이 끝나가면서 살아남은 한국지엠의 위상이 오히려 높아졌다고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엠의 구조조정은 끝나지 않았으며 한국지엠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긍정적 평가는 외신에서 먼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7일 낸 분석기사에서 “수익성이 낮은 시장에서의 지엠 철수가 가속화하면서 북미와 남미, 중국, 한국 등 주요 지역의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분석은 수년간 지속해온 지엠의 구조조정이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엠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차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기 위해 실적이 나쁜 지역의 공장과 사업을 정리해왔다. 지난 2015년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한 뒤 2017년 오펠·복스홀 브랜드를 매각했고 2018년에는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지엠의 이런 사업 재편 계획이 끝나가면서 한국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할도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몇 가지 호재가 설득력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한국지엠은 올해 첫 신차인 ‘트레일 블레이저’를 출시했다. 새차는 스포츠실용차(SUV) 중 소형급 ‘트랙스’와 중형급 ‘이쿼녹스’ 사이의 새로운 차급으로 한국지엠이 개발에서 생산까지 전부 맡은 차다. 한국지엠은 2년 전 회생계획을 세우면서 앞으로 5년 동안 15개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트레일 블레이저는 그중 7번째 차다. 인천 부평공장에서 생산된 새차의 80%는 북미 지역으로 수출된다. 한국지엠 쪽은 “1대 주주 지엠이 64억 달러(약 8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2대 주주 산업은행이 8천억원을 지원하면서 신차 개발과 출시, 창원 도장공장 건설 등 일련의 경영 정상화 계획이 계획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신차 판매가 탄력을 받게 되면 올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지엠이 지엠의 글로벌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됐는지,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흑자 전환을 어떻게 이뤄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 지엠의 사업 재편이 끝나가는 단계인지도 단정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지엠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2018년 11월 지엠이 글로벌 구조조정을 발표하던 당시 북미 지역 5개 공장과 함께 북미 이외 지역에서 2개의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는데 한국이 제외됐는지는 분명치 않다”며 “지엠의 구조조정은 끝나지 않았고 한국지엠도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지엠은 군산공장 폐쇄 당시 ‘한국에서의 사업 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앞으로 시장 상황과 실적에 따라 사업 축소, 추가 구조조정 등의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은이 8천억원을 투입하면서 국내에 5년을 붙들어놨지만 향후 사업 계획에 따라 발을 뺄 수도, 정부와 또 딜을 벌일 수도 있다”며 “이후 상황은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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