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들이 추석연휴를 해외여행 재개 전환점으로 삼고 마케팅에 본격 나서고 있다. 그러나 추석연휴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 가격이 코로나19 이전 같은 시기에 판매된 상품 가격에 견줘 40% 가량 비싼 것으로 분석됐다. 쇼핑 관광이 제외되고 할인 항공권이 사라진 탓이다.
12일 여행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올 추석연휴 괌·사이판·하와이 패키지여행 상품 가격이 코로나19 이전 추석연휴 때 판매된 같은 지역 대상 패키지상품 가격보다 평균 40% 가량 비싸다. 한 대형 여행사 임원은 <한겨레>에 “추석연휴 기간 패키지로 괌·사이판을 여행하는 상품 기준으로, 2019년 추석연휴 때는 90만원대 초반이었는데 올 추석연휴 상품 가격은 120만원대가 많다”고 밝혔다.
쇼핑 관광을 없애고 할인항공권도 구할 수 없게 되면서 상품 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19 이전에는 가격을 중시했다면, 이번에는 안전하고 편안함에 초점을 맞춰 상품을 설계하다 보니 쇼핑 관광이 빠졌다”며 “정확히 표현하면, 상품 가격이 비싸진 게 아니라 상품이 프리미엄급으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항공사 정기편이 주 1회 정도인데다 그나마도 시간대가 맞지 않아 부정기편(전세기)을 편성하는 쪽으로 상품을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정기편의 할인항공권을 이용할 수 없게 되다 보니 항공료 부담이 커지며 상품 가격을 끌어올린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여행사들은 이날 기준 추석연휴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 예약율을 30% 정도로 추계했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추석연휴 패키지여행 상품의 출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분위기로 7~8월 출발 상품은 예약이 끊겨 출발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추석연휴 상품은 출발한다. 이런 말을 하기는 좀 이르긴 하지만, 좌석을 채우지 못하면 막판 덤핑 마케팅이 진행될 수 있고, 그래도 안되면 여행사들이 예약 고객의 동의를 얻어 상품을 통합해 출발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여행사 관계자도 “사이판 등의 경우, 한국 여행객의 여행기간이 10일 이상이면 500달러(현지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 열흘 미만이면 250달러를 주고, 여행객을 데려오는 여행사에도 1인당 100달러를 페이백하겠다는 제안을 할 정도로 적극적”이라며 “출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행사들은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을 설계하면서 쇼핑관광을 빼고 안전과 편안함을 높이는 상황은 항공사들의 국제 정기편 운항이 코로나19 이전 근접 수준으로 회복돼 할인 항공권을 이용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대형 여행사 임원은 “코로나19 이전 때와 같은 매스(가격을 낮추는 대신 대량 모집과 쇼핑관광 등으로 손실 보충) 상품 경쟁은 빨라도 2024년 상반기는 돼야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올 추석연휴 해외여행 상품 예약자들은 60대 이상 친구·친지끼리 내지 60대 이상 부모가 30~40대 자녀와 함께 가는 팀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투어 육현우 부서장은 “코로나19 전에는 30~40대가 자녀들과 함께 가는 비중이 높았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60대 이상이 중심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