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우리나라와 사이판 사이에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프로그램 시행 합의가 이뤄지며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해외여행 재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트래블버블은 여행사 단체여행객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 여행객과 업무 목적의 출장자는 트래블버블 프로그램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16일 마리아나 관광청과 국내 여행사·항공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트래블버블은 여행사의 단체여행(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여행객에게만 허용된다. 여행사 단체여행 상품은 ‘여행 기간의 방역 안전 확보’를 이유로 양국 정부가 지정한 숙소·식당과 사전 승인을 받은 일정 만으로 설계된다. 여행사들이 추가 매출을 위해 끼워넣던 쇼핑관광 등은 제외된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한국 사람이 사이판을 갔다오려면, 코로나19 백신접종 완료와 함께 양 나라에서 각각 2주 격리와 한국 출발 전, 현지 도착 직후, 여행 5일째 되는 날, 한국 입국해서 5일 뒤에 각각 코로나19 감염 여부(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트래블버블은 이 가운데 2주 격리와 현지 도착 직후 검사를 면제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체여행객들은 코로나19 방역이 보장되는 동선으로만 움직이고 추적도 가능하지만, 개인 여행객과 출장자 등은 현지 동선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이판·괌·하와이 등이 한국 여행객 유치를 위해 현지 체류일 수에 따라 250~500달러(현지서만 쓸 수 있는 화폐)를 제공하고, 귀국 전 받게 돼 있는 코로나19 검사비(150달러)도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갖가지 유인책을 내놓고 있는데, 이런 혜택도 단체여행객에게만 제공된다.
여행사들은 트래블버블 가이드라인의 이런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는 현재 해외여행특별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외교부가 해외여행특별경보 3단계(주의)를 발령한 뒤 매달 연장하고 있다. 어제(15일)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일환으로 8월15일까지로 연장했다”며 “주의가 금지는 아니지만, 여행사 쪽에서는 출발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하고, 정부 관련 부처들도 같은 이유로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여행사는 파리 여행상품을 만들어 모객까지 했다가 출발을 앞두고 해외여행 특별주의보가 연장되면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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