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정부 압박에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 철회를 선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개 기업의 가격 정책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모양새”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2일 유통·식품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씨제이(CJ)제일제당이 이달 1일로 예정된 고추장·조미료 등 가공식품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앞서 씨제이제일제당은 가쓰오우동, 얼큰우동, 찹쌀떡국떡 등 면류 제품과 고추장·조미료 등 6종의 가격을 3월1일부터 최대 11.6%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갑작스레 공문을 통해 편의점에 ‘철회’를 알렸다. 씨제이제일제당 관계자는 “원가 및 비용 부담은 여전하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편의점 판매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풀무원도 생수 가격을 5% 인상하기로 했다가 보류한 바 있으며, 하이트진로·오비맥주 등 주류업계는 “애초부터 가격 인상 계획이 없었다”며 발을 뺐다.
이렇게 식품업계가 이미 고지된 가격 인상 계획을 잇달아 철회하고 나선 데는 정부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물가안정 간담회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올 상반기 식품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씨제이제일제당·풀무원 등을 비롯해 동서식품·삼양식품·매일유업 등 12개 주요 식품업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주류업계의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실태조사에 착수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민 부담과 직결되는 민생 분야 담합 행위를 중점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각 부처가 전방위적으로 나설 때부터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데, 물가안정을 위한 다른 정책적 대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일개 기업들의 손목을 비트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과연 정당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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