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ㄱ씨는 지난해 9월 한 성형외과에서 9차례에 걸쳐 지방분해시술 등을 받는 ‘다이어트패키지’ 시술 계약을 체결하고 484만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4회 시술과 약물처방 등을 받았을 때 몸에 멍과 가려움 증상이 생겨 더이상 시술을 받기 어려워 병원에 잔여 진료비 환급을 요구했다. 병원은 “시술은 할인가로 진행됐는데, 이를 정가로 공제하면 환급할 금액이 남아 있지 않다”고 거절했다.
할인 혜택을 앞세워 진료비를 한꺼번에 받은 뒤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 환급을 거부하거나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병원에 대한 피해 사례가 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은 2020년~2023년 2월까지 접수된 ‘잔여 진료비 환급 거부 및 과다 공제’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가 총 420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소비자원의 집계를 보면, 2020년 68건, 2021년 89건, 2022년 192건으로 해마다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엔 1~2월에만 71건이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91.9%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비 선납 관련 피해는 피부과가 148건(35.2%)으로 가장 많았고, 성형외과 125건(29.8%), 치과 59건(14.0%), 한방 44건(10.5%) 등 순이었다. 병원에서는 ‘소비자의 단순 변심은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위약금을 공제하면 환급액이 남아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환급을 거절하거나, 할인받은 금액이 아닌 정가를 기준으로 계산해 위약금을 과다하게 산정하는 사례가 많았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의료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에 해당해 언제든 해지할 수 있으며, 계약 해지로 의료기관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에만 배상 책임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특히 ‘선착순’이나 ‘기간 한정 혜택’이라고 홍보하며 계약을 유도하는 경우를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비자원은 이번 분석결과를 토대로 대한의사협회와 진료과별 의학회에 교육 및 계도 강화를 요청할 계획이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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