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엣젯항공이 운항하는 비행기. 비엣젯항공 제공
ㄱ씨는 지난 2월 국내 여행사를 통해 비엣젯항공의 항공권을 구입하고 140여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하지만 이후 항공사 사정 탓에 비행기 운항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ㄱ씨는 “신용카드 결제 취소를 요구했으나 비엣젯항공 쪽은 ‘결제 취소가 아닌 사용기한 제한이 있는 적립금을 지급한다’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소비자원은 26일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때 많이 이용하는 저비용항공사인 비엣젯항공과 에어아시아 관련 상담이 크게 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비엣젯항공 관련 상담은 329건, 에어아시아 관련 상담은 520건에 달했다. 대부분 취소 거부, 환불 거부, 환불 지연에 관한 내용이었다.
비엣젯항공은 2021년 6월부터 ‘항공권을 구입한 뒤 취소하면 적립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약관을 사용하고 있다. 환불 규정에는 소비자 사정에 따른 자발적 취소뿐 아니라 운항 취소·일정 변경 등 항공사 사정에 의한 경우에도 구입대금을 적립금으로 지급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 적립금은 유효기간이 1~2년에 불과하고,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도 없다. 또 자발적 취소를 할 땐 1인당 약 4만5천원의 수수료까지 공제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약관에 대해 지난달 시정권고를 했으며, 기간 내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명령 등을 처분할 예정이다.
에어아시아는 환불 처리가 장기간 지연된다는 불만사항이 많았다. 심지어 2년 이상 지연된 경우도 있었다. 에어아시아 쪽은 ‘문의량 급증’을 환불 지연 사유로 들고 있지만, 소비자원은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 따른 경영난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적립금으로는 빠르게 환불이 가능하다’고 안내하지만, 한 번 지급되면 철회가 불가능하고 유효기간 등 사용 제한이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비엣젯항공·에어아시아의 항공권을 구입할 때는 취소 시 환불이 적립금으로 이뤄지거나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며 “분쟁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1327소비자상담센터 또는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상담을 신청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비자원은 이들 항공사의 부당한 거래조건과 영업 관행 등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고, 소비자 피해 모니터링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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