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장마로 채소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17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상추 등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7월엔 5일 빼고 매일 비가 내린다’는 장마괴담이 괴담이 아닌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연일 퍼붓는 장맛비에 채소 값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폭우에 무르기 쉬운 엽채류 가격은 불과 한 달 전보다 2~3배씩 폭등해 자영업자는 물론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적상추(4㎏) 도매가격은 17일 기준 5만7040원으로 한 달 전 1만9345원에 견줘 3배 가까이 폭등했다. 1주일 전(4만4780원)에 견줘서도 27.4% 오른 가격이다. 시금치 가격도 만만치 않게 올랐다. 시금치(4㎏)는 5만4280원으로, 한 달 전 1만7170원과 비교해 3.2배 급등했다. 1주일 전(3만6240원)보다도 50%나 올랐다. 깻잎(2㎏) 역시 2만4420원으로 한 달 전 1만8760원보다 30%, 1주일 전(2만2380원)보다 9%나 뛰었다. 이 밖에 대파(1㎏)도 2732원으로 한 달 전(1878원)보다 45% 오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최근 일주일 새 전국적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농산물 출하량이 급감한 탓으로 분석된다.
엽채류를 기본으로 장사를 하는 샐러드 가게, 샌드위치 가게, 고깃집 등 자영업자들은 가뜩이나 비싼 여름철 채소 값이 더욱 치솟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한겨레>에 “2㎏에 9천원이면 샀던 상추가 최근 3만원이 넘는다. 근처 족발집 사장님은 족발에 곁들이는 상추를 6장으로 제한한 뒤 가격이 너무 비싸 리필은 불가능하다고 안내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계속되는 장마로 채소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17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시민이 상추 등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가격도 문제지만,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이어지면서 쉽게 무르는 채소의 질도 문제다. 서대문구에서 샐러드와 샌드위치 등을 파는 최아무개(39)씨는 “치커리나 상추 등은 한 상자를 구매해도 절반은 너무 물러 버리는 상황”이라며 “농민들 고통을 생각해 꾹 참고 환불하지 않고 그냥 쓰고는 있지만, 가뜩이나 비싼 채소를 반이나 솎아내자니 속이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치솟는 외식가격에 가급적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는 소비자들도 채소 값 폭등이 부담스러운 것은 매한가지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주부 유아무개(41)씨는 “최근 삼겹살이나 닭고기 등 고깃값이 그나마 안정세를 보여 식탁 물가 부담이 덜어지나 했더니 이번엔 채소 값이 껑충 뛰니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답답하다”고 했다.
6월 들어 안정세였던 채소 등 신선식품 물가는 다시 폭등할 것으로 우려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식품 지수 중 채소 항목은 100.32(2020년=100)로 5월 105.35에 견줘 내림세였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우에 따른 피해와 장마 이후 이어질 폭염, 태풍 등을 고려하면 채소 값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일부터 이어진 폭우로 이날 오전까지 농작물이 물에 잠기거나 농지가 유실·매몰되는 등의 피해를 본 농지 면적이 총 3만164.7㏊(여의도 면적의 107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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