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 영향으로 채소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1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엊그제 재래시장에 갔는데 배추 한 포기에 1만3천원이더라고요. 김치를 어떻게 담그겠어요? 배추 사는 걸 ‘포기’하고, 그나마 조금 더 저렴한 알배추 한 통 사서 겉절이 만들어 먹었습니다.” (경기도 부천 60대 주부 정아무개씨)
지난달에 닥친 장마에 이은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10~11일 한반도를 휩쓴 태풍 카눈의 영향까지 반영되면 채소와 과일값은 더더욱 오를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지난 11일 기준 배추 도매가격(10kg)은 2만5760원으로 한 달 전 9880원보다 160.7%가 올랐다. 1년 전 가격 1만9096원에 견줘도 35% 가까이 비싼 가격이다.
무 도매가격(20kg)도 2만9320원으로 한 달 전 1만2900원과 비교해 127.3%나 상승했다. 1년 전 2만7628원보다도 6.1% 올랐다. 대파 도매가격(1kg)은 3250원으로, 한 달 전 2076원에 견줘 56.6% 올랐고, 1년 전 3116원보다도 4.3% 높다.
한반도 전역에 영향을 끼친 태풍 카눈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경우, 농산물 가격은 더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 결과, 지난 11일 오후 6시 기준으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한 농지는 여의도 면적(290㏊)의 5.4배에 달하는 1565.4㏊나 된다.
과일 가격도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숭아 도매가격(4kg) 가격은 11일 기준으로 3만316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9559원보다 70%가량 비싼 수준이다. 수박 도매가격도 한 통에 3만1160원으로, 한 달 전 2만1276원보다 47%, 1년 전 2만4548원보다 35% 높은 수준이다.
특히 사과와 배의 경우, 봄철 이상기온 여파로 생산량이 지난해에 견줘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 바 있어 이번 태풍에 낙과 피해로 인해 공급량이 더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공급량 감소에 따라 이달 사과 도매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6% 비싸고, 배 역시 10.9~20.1%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태풍 피해 수준에 따라 이보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수요가 많은 추석이 다가오는 것도 농산물과 과일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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