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 출범 20년 만에 처음
지난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를 이용해 국외를 오간 승객이 사상 처음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 국제선 이용객 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장거리 노선에 집중해온 대형 항공사와 달리, 일본·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에 주력한 저비용항공사의 전략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따른 국외여행 수요 회복과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7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를 보면, 지난해 1~11월 국내 저비용항공사 9개사의 국제선 이용객은 모두 2178만6842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양대 항공사 이용객(2072만7930명)보다 105만명가량 웃도는 규모다. 12월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연말에도 국외여행 수요와 항공사 이용 양태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대항공사가 최종 집계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저비용항공사는 출범 20년 만에 처음으로 국제선 탑승객 수에서 양대 항공사를 앞지르게 된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항공사의 코로나19 엔데믹 전략 차이가 있다는 것이 항공업계 분석이다. 양대 항공사가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과 화물 시장에 집중할 때, 저비용항공사는 일본·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 운항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폭발하는 국외 여행 수요를 흡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전인 2019년만 하더라도 저비용항공사의 국제선 점유율(외항사 제외)은 44.1%로 양대항공사(55.9%)에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특히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저비용항공사의 국제선 점유율은 11.2%까지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국외여행 수요가 급증한 지난해(12월 제외)에는 점유율 51.2%를 기록하며 양대 항공사의 국제선 점유율(48.8%)을 뛰어넘었다.
한편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절차를 밟고 있는 탓에 노선을 적극적으로 확대하지 못한 점도 저비용항공사가 지난해 상대적으로 약진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