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손봉수 생산총괄 사장과 신은주 마케팅실장이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열린 ‘퀸즈에일’ 출시 기념행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퀸즈에일은 하이트진로가 국내 대형 맥주업체 최초로 만든 에일맥주다. 하이트진로 제공
‘퀸즈에일’ 출시 하이트진로 손봉수 사장·신은주 실장
“맥주 다양성 욕구 충족 위해
대형 제조사로서 큰 모험 무릅써”
전세계 70여종 수집해 특징 분석
효모 활동 24시간 정밀 관찰
“맥아·호프등 원료 품질 자신있어
유럽서도 경쟁력 있다 평가 받아”
“맥주 다양성 욕구 충족 위해
대형 제조사로서 큰 모험 무릅써”
전세계 70여종 수집해 특징 분석
효모 활동 24시간 정밀 관찰
“맥아·호프등 원료 품질 자신있어
유럽서도 경쟁력 있다 평가 받아”
“이거 정말 우리가 만든 거 맞아요?”
지난 봄 완성 단계에 접어든 ‘퀸즈에일’ 시제품을 맛본 신은주 하이트진로 마케팅 실장의 반응이었다. 잘 다니던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2010년 ‘술이 좋아서’ 하이트진로에 입사한 뒤 처음으로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만든 신제품은 기존 국산 맥주와 전혀 달랐다.
하이트진로가 국내 대형 맥주업체 최초로 에일(ale) 맥주 ‘퀸즈에일’을 지난 5일 출시했다. 1933년 일본 자본에 의해 우리나라에 맥주공장이 들어선 지 80년 만이다. 그동안 국내 맥주업체들은 라거(lager)맥주만 만들어왔다.
신 실장은 “현재 국내 시장에서 에일 맥주의 점유율은 1% 밖에 안 되는데, 대형 제조사가 생산공정을 바꿔가며 수요가 작은 맥주를 생산하는 것은 큰 모험이다. 당장 수요가 크지 않더라도 ‘맥주 다양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전혀 다른 타입으로 승부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에일은 라거와 전혀 다른 맥주다. 라거맥주가 발효통의 밑바닥에서 활동하는 하면발효 효모를 사용하는데 비해, 에일맥주는 위쪽에서 활동하는 상면발효 효모를 사용한다. 하면발효는 10℃ 안팎의 저온에서 장시간에 걸쳐 이뤄지지만, 상면발효는 18~25℃의 상온에서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이뤄진다. 라거는 긴 시간 동안 맥아의 여러 성분이 다 발효돼 없어지기 때문에 깔끔하고 상쾌한 맛을 내고, 에일은 짧은 발효시간으로 인해 영양분이 더 많이 남아 복합적이고 풍부한 맛과 향을 낸다.
퀸즈에일은 3년 동안 200여회의 실험을 거쳐 완성됐다. 1982년 하이트진로의 전신인 조선맥주에 입사해 31년째 맥주를 만들어온 손봉수 생산총괄 사장은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손 사장은 “처음 입사했을 때에는 새로운 맥주를 실험할 수 있는 시설이 없었다. 실험용이 아닌 생산용 발효탱크만 있었기 때문에 실험을 한 번 하려면 대량의 원료가 버려지는 등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그래서 오랫동안 신제품을 개발하지 못하고 한 종류 맥주에만 목을 맬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에는 신제품 실험을 전담하는 ‘파일럿 플랜트’가 있다. 1ℓ 크기 발효통에서부터 시작해 용량을 늘려가며 발효 실험을 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3600분의 1초까지 촬영할 수 있는 초저속카메라가 효모의 활동을 24시간 관찰한다. 해마다 양조기술자를 미국 또는 독일의 유명 양조학교에 보낸다. 손 사장도 1997년 독일 도멘스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
퀸즈에일 개발을 위해 하이트진로는 세계 각국에서 70여종의 에일맥주를 수집해 특징을 분석했지만 곧 혼란에 빠졌다. 손 사장은 “인기있는 에일맥주들의 특징을 좌표 위에 점으로 표시했는데, 점들이 한 곳으로 수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에일 안에서도 소비자 선호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이었다. 결국 두 종류의 에일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부드럽고 조화로운 맛이 특징인 ‘블론드 타입’과 보다 강하고 깊은 맛을 내세운 ‘엑스트라 비터 타입’이다.
신 실장은 “최근 많이 수입되는 일본이나 미국의 에일은 자기 개성을 강조하느라 정통 에일의 맛은 부족한 편이다. 우리는 정통 에일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영국 브랜드를 많이 벤치마킹했다. 특유의 맛과 향을 살리면서도 라거에 익숙한 소비자들도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맥아와 호프 등 퀸즈에일 원료의 품질은 자신있다. 에일은 특징이 강한 만큼 쉽게 비교당할 수 있는데, 맥주 애호가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손 사장은 “오랜 협력관계인 덴마크의 칼스버그 맥주 양조기술자들을 상대로 시제품 품평회를 했는데, 그 사람들이 ‘유럽 시장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을 만큼 완벽하다’고 얘기했다”며 자랑했다.
퀸즈에일의 목표는 수입맥주가 빠르게 잠식해 들어오는 시장을 방어하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우선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퀸즈에일 유통에 나서는 한편, 에일 맥주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업소에서 수입 맥주와 경쟁을 벌일 계획이다. 에일의 본고장 영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국가들로 수출도 타진하고 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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