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사들 ‘가격 파괴 경쟁’에 주중엔 1만7천원도 가능
대형 항공사들도 가세…아시아나 지난달부터 반값 이벤트
대형 항공사들도 가세…아시아나 지난달부터 반값 이벤트
5년 전 서울 직장생활을 접고 제주도로 귀농한 김아무개(53)씨는 최근 ‘9~10월 제주노선 항공권을 편도 3만원대에 판매한다’는 한 저비용 항공사(LCC)의 특판 기사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김씨는 저비용 항공사의, 이른바 ‘주중 여유 시간대’를 활용해 평소에도 공항이용료와 유류할증료를 포함해 2만~3만원대에 항공편을 이용해왔기 때문이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가격 파괴’를 통해 대형 항공사(프리미엄 항공사)와 경쟁한다. 그래서 정규 요금도 프리미엄사에 비해 매우 싸게 책정한다. 김포~제주 노선의 경우, 주말요금(금~일)이 9만3000원(공항료·유류할증료 포함)으로 프리미엄 항공사(12만2000원)에 비해 25% 정도 싸다. 주중에는 얘기가 또 달라진다. 프리미엄사들의 주중 정규 요금은 7만~9만원대다. 저비용 항공사들의 주중 정규가는 6만5000원이지만, 날짜와 시간대별로 최저 1만7000원에서 5만9000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김씨는 서울 나들이가 예정되면, 한달 전부터 5개 저비용 항공사의 사이트를 전부 뒤진다. 대부분 오전 11시~오후 2시대에 2만~3만원짜리 좌석이 있기 마련이다. 운이 좋으면 2만원 이하로도 서울 나들이가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4일 오전 한 저비용 항공사의 사이트를 조회해보니, 주중인 9월24일 오후 3시5분 김포발 제주 노선 항공권이 1만7500원에 나와 있었다.
국내 5개 저비용 항공사들은 황금노선의 경우 대부분 오전 6시~오후 7시 시간대에 각각 10여편의 정기편을 투입하고 있다. 정기편은 손님이 있든 없든 제시간에 다녀야 하는 고속버스와 같다. 손님이 많은 주말에는 미어터지고, 주중에는 반도 못 채우는 게 다반사다. 저비용 항공사의 잦은 특가 이벤트는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좌석 간격을 줄여 자리를 늘린 만큼, 단 1개의 좌석이라도 더 팔기 위해 더 싼 값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저비용 항공사의 국내선 시장점유율은 이미 지난 7월에 50%를 훌쩍 넘어섰다. 항공기(183석) 편당 탑승객이 지난해 150명을 돌파하면서, 올 상반기 5개 저비용 항공사 모두가 1000억~2000억원대 매출에 수십억원의 흑자를 냈다. 상시 특가 이벤트의 무시 못할 성과다. 이에 맞서 프리미엄사들도 색다른 할인 이벤트로 대응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화~목요일 사이 김포·인천~제주 노선 항공기 편당 40석을 2만9000원~3만4000원대에 ‘반값세일’ 하는 ‘화목데이’ 이벤트를 실시한 게 대표적이다. 이 항공사는 이달 22일부터 1주일간 똑같은 반값 이벤트를 인터넷을 통해 진행한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한 저비용항공사의 서울~제주 노선 요금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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