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당당하기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하라.”
여성의 다양한 몸의 모습을 긍정하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메시지를 앞세우는 광고 슬로건이 뜨고 있다. 패션업계와 화장품업계는 획일적 미의 기준을 거부하고 불편해하며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이런 변화를 발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즐겁고, 의견을 굽히지 않는, 색다르며 두려움 없는, 공격적이고 독립적이며 자유로운.’ 이 형용사들은 패션 브랜드 에이치앤엠(H&M)(사진 위)이 올 가을 신상품과 함께 내놓은 광고 문구다. 다양한 인종과 체형, 연령의 모델이 등장하는 이 광고는 여느 여성 의류 광고와 달랐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른 몸’만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처럼 패션업계는 전통적인 패션모델 모습을 담는 데서 벗어나 일반인의 신체 이미지를 반영한 광고와 캠페인 등을 서서히 내놓고 있다.
속옷업체 비비안(아래)도 이번 가을·겨울 신상품을 내놓으며 ‘헬로, 마이 핏’(Hello, My Fit)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캠페인 시작과 함께 방영한 광고에서는 다양한 체형의 여성이 등장한다. 속옷업체 광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도다. 비비안 관계자는 “획일적 아름다움이라는 건 없고, 가장 아름다운 ‘핏’은 이미 내 안에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외국에서는 여성이 스스로의 몸을 긍정하는 것을 응원하는 움직임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그런 메시지를 광고 슬로건에 담았다”고 말했다.
이런 광고 메시지의 변화는 ‘보디 포지티브’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서구에서는 광고를 비롯한 영상 콘텐츠에서 기존의 미의 기준에 맞는 몸이 아닌 현실 속 일반적인 몸의 이미지를 드러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보디 포지티브 무브먼트’가 활발하다. 미국 속옷 브랜드 ‘에어리’(aeire)는 이런 운동의 일환으로 보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사진을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SNS)에 올려 여성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화장품업계에서도 ‘예뻐져야 한다’는 슬로건에서 벗어나 진취성을 강조하며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독려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하는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진취적 아름다움’(Forword Beauty)을 슬로건으로 삼고 있는 아티스트리는 지난달 한국과 중국, 일본 여성 소비자들에게 ‘아름다움’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했다. 아티스트리는 “한국 여성 소비자들은 ‘남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대답한 비율이 77%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서’라고 답한 비율은 10.3%에 그쳤다. 색조화장품 브랜드 헤라도 지난달 박찬욱 감독과 함께 ‘열정적인 여성’의 모습을 담은 광고를 내보내 호응을 얻었다.
아직 국내 광고 제작 현장에서는 ‘보디 포지티브’가 대세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것은 경계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 광고제작사 관계자는 “여성 혐오 이슈 등이 부각되면서 성차별적 요소가 담긴 메시지를 넣은 기획안이 나오면 ‘이런 방향은 위험하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