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당 2억원’에도 글로벌브랜드 각축
현대차·이노션, 다큐 형식 광고 인기
경기 끝난 뒤 내보내 단가도 저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지난 5일 저녁(현지시각) 열린 미국프로풋볼 챔피언 결정전을 함께 보지 못하는 미군 가족들을 등장시킨 현대차의 광고. 이노션 월드와이드 제공
미국 내 시청률이 48.8%에 이르고 전 세계 시청자가 2억명이 넘는 이벤트가 있다.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이다. 중계권자 폭스스포츠는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슈퍼볼의 광고 시간대를 30초당 500만달러(약 57억원)에 팔았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여 광고 전쟁이 일어난다. 국내 기업들 중에는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 등이 여기에 참여한 적이 있다. 특히 북미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슈퍼볼 광고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인다.
사상 처음으로 연장전까지 가는 바람에 효과가 더욱 컸다는 추정이 나오는 이번 슈퍼볼 광고 전쟁의 승자는 현대차와 이노션 월드와이드 미국법인이 함께 만든 광고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반전이 있다. 경기 중에 광고를 내보내지 않았다는 것과 자동차 브랜드인데 차를 등장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경기가 끝난 뒤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 단가는 경기 중 광고보다 저렴했다. 또 이 광고에는 자동차가 등장하지 않는다. 애국심과 가족애를 자극하는 짧은 다큐멘터리 같은 광고를 내보냈다. 가상현실(VR) 부스를 미군기지에 설치해, 서로 떨어져서 슈퍼볼을 봐야 하는 미군 가족이 그 안에서 함께 경기장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영상으로나마 함께 있게 된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다 웃는다. 그제서야 ‘더 나은 드라이브, 현대’(Better Drive Us, Hyundai)라는 슬로건이 등장한다.
‘더 나은 슈퍼볼’(A Better Superbowl)이라는 제목을 단 이 광고는 실시간 촬영과 편집을 통해 경기 직후 상영됐고 이후 유튜브에 공개됐다. 한국시각으로 6일 오후 1시30분에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의 조횟수는 7일 오후 4시 현재 1280만회를 넘겼다. 유명 배우 멜리사 매카시를 기용한 기아차 친환경차 브랜드 ‘니로’ 광고는 경기 중 광고 선호도 1위로 꼽혔는데 유튜브 조횟수는 7일 오후 4시 현재 890만회였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